국회 교섭단체들…‘망자재배(芒刺在背)’ 형국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나경원, 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대한민국 20대 국회의원 수는 현재 298명이다. 298명 가운데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7명을 제외한 291명의 국회의원들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제2의 야당인 바른미래당 그리고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등 정치적 성향과 주장이 비슷한 각각의 정당에 소속돼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는 교섭단체이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은 교섭단체 지위(20석 이상)를 얻지 못한 비교섭단체다. 정국 주도권은 당연히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고 있는 여야 3당이 쥐고 있는데, 최근 교섭단체 정당들을 보면 ‘가시를 등에 지고 있다’는 뜻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치 않음을 이르는 ‘망자재배(芒刺在背)’의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경우 야당의 ‘김태우 특검’ 및 ‘손혜원 국정조사’, 나아가 ‘김경수 특검’ 공세에 직면해 있고, 한국당은 ‘5·18 망언’ 논란으로 자충수를 뒀으며, 바른미래당은 창당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 정체성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회 교섭단체들이 등에 지고 있는 ‘가시’에 대해 살펴봤다.


與 ‘김태우 특검’ 및 ‘손혜원 국조’ 골머리


김경수 상선 특검 촉구‥“임기 못 채울 것”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이들 여야 3당은 정국 주도권을 쥔 국회 교섭단체지만, 큰 가시에 찔린 것만큼이나 아픈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우선 집권당의 경우 국회 원내 1당답게 악재까지도 다른 정당보다 앞서 선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여권을 겨냥한 폭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청와대 민간 사찰 및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및 KT&G·서울신문 사장 교체 압박 의혹 등이 그것이다.


특히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김 전 특감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이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 특검 수사 당시인 지난해 7월 특검 수사 상황을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비롯해 민정수석실 수장인 조국 민정수석을 공식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드루킹 특검 수사에 개입한 의혹이라며,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나아가 청와대의 민간 사찰 의혹 및 드루킹 특검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가능케 할 이른바 ‘김태우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실세 손혜원?…무소속 의원 국조 피하는 집권당


집권당은 ‘김태우 특검’이라는 야당의 공세만으로도 벅찰 것인데, ‘손혜원 국정조사’ 요구에도 직면해 있다.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와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특혜,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압력 등의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중·여고를 함께 다닌 50년 지기 절친으로 알려져 있고, 초선에 불과한 손혜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집권당 원내대표가 함께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손혜원 의원의 각종 의혹을 ‘초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국정조사 요구에 집권당은 이해충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위 안에서 손혜원 의원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사례를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했고, 한국당은 손 의원의 경우 단순 이해충돌이 아니라 직권남용과 인사개입 의혹도 제기됨에 따라 ‘손혜원 국정조사’를 별도로 진행한다면 집권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해충돌 조사위는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만 별도로 이뤄진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의할 수 있다”며 “이런 정도로 양보했는데도 여당은 지금 손 의원의 국정조사를 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탈당을 했지만 사실상 여당의 실세인 손 의원의 국정조사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일침을 날렸다.


지난달 23일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목포시 대의동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의혹 해명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헌법 부정하는 與?…김경수 구속 ‘적절한 결정’ 응답 높은 여론조사


야당의 ‘김태우 특검’과 ‘손혜원 국정조사’ 공세는 청와대 실력자로 통하는 조국 민정수석과 무소속임에도 여당 실세로 지목되는 손혜원 의원을 겨냥하고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정면으로 겨냥할 여지가 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 된 것이다.


집권당은 ‘사법농단 세력의 사실상 보복성 재판’이라며 전방위적 방어태세에 나섰지만, 야당들은 집권당의 행태가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여론은 김경수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해 ‘적절한 결정’이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YTN의 의뢰로 지난 1일 성인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경수 지사의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에 대해 ‘적절한 결정’이라는 긍정 평가가 46.3%로 나타났다.


‘과도한 결정’이라는 부정평가는 36.4%로 집계됐다.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도 ‘타당한 판결’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7~8일 경남지역 거주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지사의 실형 선고가 ‘타당한 판결’이라는 응답이 48.9%에 달했다.


반면 ‘부당한 판결’은 29.3%로, 타당한 판결이라는 응답이 19.6%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폭발력


홍준표 전 대표 등 한국당 일각에선 지난 대선 당시 김경수 지사의 ‘상선(윗선)’이 댓글 여론조작에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특검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전 대표 등이 주장하고 있는 ‘김경수 특검’은 김경수 지사 개인을 넘어 정권을 흔들만한 폭발력을 지녔다.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모해 지난 대선에서 여론의 한 부분인 인터넷 댓글을 조작했다면 이에 대한 수혜자는 현직 대통령이고, 따라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도덕성과 정당성은 부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당 당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임기도 못 채울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1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5·18 망언’ 직격탄…김진태·이종명·김순례 퇴출?


정체성 혼란‥일각 “바른미래당, 결국 갈라설 것”


잘 나가던 제1야당의 자충수


집권당에 ‘김태우·김경수 특검’과 ‘손혜원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한국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모처럼 만에 지지율 30%선 돌파(리얼미터 2월 1주차 여론조사)를 눈앞에 두고 있던 한국당도 국민적 저항을 받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지난 8일 ‘5·18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 씨를 국회로 초청해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열어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일부 인사들의 ‘5·18 망언 논란’에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고, 집권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는 당연하거니와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


대국민 사과한 김병준…집권당 “미봉책으로 시간 끌기…제명 적극 나서야”


5·18 망언 논란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비난과 비판을 몰고 오자, 한국당 수장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처를 입은 5.18 희생자 유가족과 광주 시민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8일)공청회 발제 내용은 일반적으로 역사 해석에서 있을 수 있는 견해의 차이 수준을 넘어 이미 입증된 사실에 대한 허위 주장임이 명백했다”며 망언 논란의 장본인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당 대표인 자신까지 포함해 4명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리위에서는 비대위원장인 저의 관리 감독 책임도 엄중히 따져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한국당은 5·18과 관련한 진실을 왜곡하거나 5·18의 정신을 폄훼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집권당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5·18 망언자 제명에 즉각 협조하기 바란다”며 제명 공조를 촉구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12일자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당 소속 ‘5·18 망언자’들에 대한 강력한 단죄에 나서야 할 나경원·김병준 지도부는 오히려 ‘다양한 해석’, ‘보수의 생명력’ 운운하며 감싸더니, 이제는 ‘진상조사’, ‘당 중앙윤리위원회 제소’ 등 미봉책을 들이밀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어 “군사독재 정권의 헌정파괴 범죄를 두고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는 한국당 나경원·김병준 지도부의 반역사적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당은 미봉책으로 시간 끌기에 몰두하기보다 5·18 망언자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298명)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여야 4당(184석)은 물론 민중당(1석)과 무소속(7석) 그리고 한국당 의원 15명 이상이 동의를 해야 퇴출이 가능하다.


이번 5·18 망언 논란으로 인해 최근 상승세를 탔던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 반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자당 의원들의 5.18왜곡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개혁보수’만 고집하는 유승민…손학규→합리적 진보+개혁적 보수=중도개혁


‘양극단의 정쟁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집권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심기도 편치 만은 않은 상황이다.


옛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인사들이 모여 탄생한 바른미래당.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구심점으로 창당한지 1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당 정체성을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8일 당 연찬회를 통해 당의 노선과 진로를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들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만 확인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개혁보수’를 주창하는 유승민 전 대표와 ‘합리적 진보’를 주창하는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정체성을 두고 날선 대립각을 세웠고, 민주평화당과의 당대당 통합 여부를 놓고도 입장차만 확인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중도 개혁’을 주창하며 당 추스르기에 나섰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창당 1주년 기자회견을 가진 손 대표는 “우리는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의 미래이고, 이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길이다. 그것이 중도 개혁의 정치이며, 중도 통합의 길“이라며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개혁을 강조했다.


중도개혁의 성격과 관련해선 “중도는 중간노선이 아니다. 그때, 그곳에 맞는 정치, 즉, 역사적으로 시대적으로 옳은 길을 택하는 정치”라며 “경제는 시장경제, 안보는 평화정책을 취하는 것이 중도개혁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도통합의 정치”라며 “제가 취임사에서 밝힌 민주주의와 시장주의, 평화주의가 바로 그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류에 도장 찍을 일만 남은 부부…무엇을 할 수 있나”


손 대표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개혁 노선으로 당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개혁적 보수만을 고집하는 유승민 전 대표가 합리적 진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선 바른미래당이 머지않아 분당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에 기고한 ‘칼럼(미래가 없는 바른미래당....앞길이 안 보이는 유승민과 안철수)’을 통해 “향후 (바른미래당의)가장 큰 갈등 포인트는 민주평화당과의 합당 문제”라며 “이 사안을 놓고 결국 두 정파(옛 바른정당·국민의당)는 갈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 소장은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을 일만 남은 부부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며 “정당으로서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대안정당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유승민·안철수)두 조합은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하면서 많은 한계를 보인 실패한 실험이었다”면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과 화면은 나쁘지 않았지만, 같이 있는 자리와 회의는 무척 불편해 보였고 실제 결과도 그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패의 근본 원인은 두 지도자의 개인적 품성 때문”이라며 “나만 옳다는 ‘선명의식’, 그로인해 드러나는 ‘아집과 패권다툼’. 그것이 바로 두 사람을 지금 ‘죽음의 계곡’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한 결정적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국회 교섭단체 여야 3당은 각각의 가시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그래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치 않음을 이르는 ‘망자재배(芒刺在背)’의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