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수입차 1위의 거침없는 막나감…‘고객 넘어 딜러들도 아우성’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액튼 경)는 정치권의 격언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벤츠코리아는 작년 단일 수입차 업체 최초로 국내 판매량 7만대를 돌파하며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올 초엔 이 기세를 이어 14종의 신차 판매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벤츠코리아가 왕좌에 군림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마음에는 기근이 들었다. 작동 시 금속파편이 튀어 ‘시한폭탄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타 에어백을 미국에서는 리콜을 진행하면서 국내 리콜은 1년 넘게 무소식이다.


가신 격인 딜러사들 조차도 왕의 갑질에 몸서리치고 있다. 2016년 9월엔 벤츠가 딜러사 마진 제도를 사측에 유리하도록 변경해, 딜러사들이 이에 따른 마진 손실을 막고자 불필요한 물량을 늘리거나 비인기 차종을 주문해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벤츠코리아를 신고하기도 했다.


소비자와 딜러사 모두를 기만한 일도 있었다. 작년 말 벤츠코리아가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의 판매를 딜러사도 모르게 판매중단하면서 고객이 주문만 해놓고 차를 인도받지 못한 건만 500여건에 달했다. <스페셜경제>는 오랜 권력의 그림자를 한 꺼풀 들춰봤다.



‘배출가스 인증절차’ 2000억원에 팔아넘겼나


‘살인 에어백’ 소비자 목 기약없는 시한폭탄


딜러사 마진 제도 변경에 ‘불공정거래 논란’


소리 없는 판매중단에 ‘주문대기만 500여명’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수입차 업계의 왕권을 3년째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작년 수입차 시장에서도 총 7만798대를 팔아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한 것. 특히 올해엔 단일 수입차 업체로는 최초로 7만대 고지를 돌파하면서 소위 ‘벤츠는 뭘 해도 탄다’는 국내 고객의 절대적 충성심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러한 충성심을 알기라도 하듯 소비자민원, 제품결함 등에 대한 태도가 다소 미온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17일 벤츠코리아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거나 도리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선 문제들은 ▲배출가스 인증절차 위반 ▲살인 에어백 리콜 지연 ▲딜러사에 대한 갑질 ▲ 벤츠S클래스 무단판매중단 등이다.


배출가스 非인증 차 방조로 챙긴 ‘벤츠社 이익 2000억?’


벤츠코리아는 작년 12월 20일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관련 변경인증을 거치지 않은 부품을 장착한 차량을 7000여대를 국내에 부정 수입·판매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및 관세법 위반)로 1심 재판에서 28억107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인증담당자 A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배출가스 부품 변경인증은 수입차량의 가스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환경당국이 마련한 것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절차다.


당시 재판부는 이를 벤츠코리아가 고의성을 갖고 저지른 범행이라고 봤다. 앞서 수차례 변경 인증 불이행이 적발됐지만 벤츠코리아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특히 “벤츠 코리아가 부당하게 수천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며 사실상 수익을 위해 이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벤츠가 본 이익을 2000억원 이상으로 봤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벤츠 코리아 측은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라고 일축해왔다.


디미트리스 실리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판결을 존중하지만 위반 의도가 없었다”며 “우리의 해석 기준이 있어 항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살인 에어백’ 美 리콜하면서 韓은 1년 넘게 무소식


벤츠코리아가 소비자를 대하는 이러한 방임 식 태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가깝게는 작년 하반기 판매된 일부 S클래스와 E클래스 차량의 트렁크 오작동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벤츠코리아 측은 이같은 차량 결함에도 리콜은 커녕 딜러사에게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살인 에어백’ 리콜 문제의 경우엔 벤츠 코리아가 국토교통부에 리콜 의향을 타전한 것이 지난 2017년 12월이었음에도 현재까지도 지연되고 있는 사안이다.


‘살인 에어백’이란 일본 다카타사가 만든 에어백으로, 전개 시 인플레이터에 과도한 폭발압력이 발생해 인플레이터를 감싼 금속제 커버가 파열, 금속 파편이 운전자에게 날아가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같은 별칭이 붙었다. 사람을 보호해야 할 에어백이 도리어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풍자한 셈이다.


이 에어백은 ‘죽음의 에어백’, ‘시한폭탄 에어백’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 그대로 운전자는 차를 탈 때마다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심각성 때문에 다카다 에어백은 2013년부터 세계적으로 약 1억 대가량의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벤츠코리아는 미국에서는 2017년 초부터 리콜을 진행하면서도(작년11월 기준 이행률 10%수준) 국내 리콜은 ‘부품수급’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고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진척사항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야 리콜계획에 대한 윤곽 정도가 잡혔다. 17일 기자회견에서 김지섭 벤츠코리아 부사장은 “올해 2분기엔 대대적으로 리콜이 시작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도 명확한 시점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벤츠코리아의 이에 대한 그간의 태도는 줄곧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같은날 행사에 참석한 실리키스 사장은 불과 두달 전인 10월 기자간담회까지만 하더라도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등의 입장으로 일관했었다.


벤츠의 국내 에어백 리콜 대상 차량은 2008~2012년식 C클래스, 2010~2012년식 E클래스 등 3만 2000여대에 달한다. 벤츠코리아는 수만명의 목숨에 시한폭탄을 달아놓고 있는 셈이다.


절대권력 벤츠 앞, 소비자도 딜러도 모두 ‘을’로 평등


벤츠코리아의 이러한 기만행위는 소비자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벤츠코리아는 2016년 딜러사 마진 제도를 변경해 딜러사들이 불필요한 물량이나 비인기 차종을 주문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벤츠코리아가 당시 도입한 ‘2017년도 딜러사 보너스 시스템’이 고정마진 비중을 낮추고 주문 차량 종류에 따른 변동마진을 높였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이같은 대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딜러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이 동년 9월 딜러사들의 이같은 입장을 바탕으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로 벤츠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다만, 공정위가 작년 2월 벤츠코리아를 정조준 했음에도 동년 상반기 무혐의 처리되면서 딜러사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공정위 측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은 ‘딜러사들이 피해를 본게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정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공정위의 무혐의 결론에도 이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입차 시장 유통구조상 딜러사가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유통 구조는 수입법인이 해외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딜러사가 판매와 수리를 맡는 방식이다. 즉 딜러사에게는 차량 가격 및 인센티브 부여 결정권, 차량 물량 배정 등의 권한이 없다.


이러한 권한은 해외 본사에서 차를 갖고 오는 벤츠코리아와 같은 국내 법인에게 있을뿐더러, 이들은 딜러십 해지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갑-을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멈추지 않는 갑질 ‘S클래스 판매중단’ 한 순간 바보 된 ‘딜러와 소비자’


갑의 위치에 있는 벤츠코리아의 갑질 의혹은 최근에도 빚어졌다.


벤츠코리아가 자사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 판매를 일시 보류하면서 국내 딜러사에 이같은 사실을 전달하지 않아 딜러사는 판매중단 이후에도 고객들에게 꾸준히 주문을 받았고 결국 500여명에 달하는 예약 고객이 발만 동동 구르면서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는, 딜러사와 소비자를 동시에 우롱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뉴스웨이>의 지난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S클래스의 최고급 라인인 S클래스 마이바흐 등을 판매중단 했다.


차량은 12월 24일까지 고객들에게 순조롭게 인도됐지만 동월 26일 부터 벤츠코리아로부터 차공급이 끊기면서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지 못했다는 게 딜러사 측의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판매 중단 문제와 관련해 사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벤츠의 주력판매 모델인 2019년형 S클래스 560 4매틱의 경우 주문 대기 인원이 500여명에 달하며 재고물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사들은 2월 말 즈음부터는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지만, 소비자에게도, 딜러사에게도 차량입고와 관련한 정보를 주지 않음으로서 막대한 불편을 야기한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순수 전기차 EQC 등 총 14종의 신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7만대 판매 고지를 넘은 기세를 이어 더욱 굳건한 왕권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리키스 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계획과 관련 “실질 판매대수는 2차적인 목표”라며 “최우선순위는 고객만족을 높이며 퀄리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벤츠코리아가 보여 온 그간의 행적을 놓고 볼 때 국내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이 또한 겉다르고 속다른 또 하나의 소비자 기만이 아닐지 절대권력의 앞날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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