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사태’·‘시동 안걸림’·‘곤 게이트’…소비자들의 탄식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새 출발 하려는 닛산에게 과거의 행적이 고스란히 찍힌 사진들이 날아들며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닛산에게 지난해는 잊고 싶은 과거일 법 하다. 닛산은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94%를 기록하며 2013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닛산은 아픈 과거를 묻고 새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SUV ‘엑스트레일’과 전기차 ‘리프’ 등의 수입계획을 세우며 연초부터 신차로 새 단장을 하고 있으나, 미처 다 감추지 못한 과거의 행적들이 노출되면서 과거의 실적부진과 결별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엑스트레일의 첫 선을 보이는 자리에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패스파인더와 무라노 ‘녹 사태’에 분노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최근 공정위는 닛산이 연비를 부풀렸다며 과징금 9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 했다. 오는 3월 출시예정인 리프의 경우도 수입계획이 알려지던 작년 말 연비논란에 휩싸였었다. 연비 거짓 광고 논란이 번지자 2016년 디젤 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불법 조작 사실 등도 재조명 되고 있다.


설상가상 격으로 국제적으로는, 이른바 ‘곤 게이트’로 불리는 르노-닛산 연합의 권력암투도 현재 진행형이다. 닛산이 2019년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올해 역시 과거의 그림자 속에 실적부진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스페셜경제>는 과거에 발목잡힌 닛산의 현주소를 집중조명 해봤다.



알티마·패스파인더 녹 나오고 무라노 시동 안 걸려


엑스트레일·리프 공들인 신차출시에 기존차주 뒷전


한쪽은 신차 시승 한쪽은 차주항의


닛산코리아는 지난 2일 엑스트레일의 3세대 부분변경모델 ‘더 뉴 닛산 엑스트레일’을 출시하고 익일인 3일 용인 플라이스테이션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엑스트레일은 닛산코리아가 ‘2018년은 한국진출 10주년 재도약의 해’를 외쳤지만 도리어 실적부진의 수렁에 빠졌던 작년 말, 회계연도상 2018년에 포함되는 2019년 3월 안에 신차를 도입해 반등을 노리겠다던 취지에 맞춰 리프와 함께 수입계획이 발표된 ‘신차’였다.


닛산코리아의 새 인생을 열어 줄 기대와 함께 진행된 이벤트였지만, 이 장소에서는 동시에 닛산의 또 다른 차종인 패스파인더와 무라노 등의 차량결함 피해를 주장하는 차주 15명 가량의 시위 집회가 벌어지며 과거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닛산코리아의 수입·판매 차량에서 녹이 생기거나 미션 결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닛산코리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피켓을 내걸고 ‘사후 서비스 최악’이라며 반성을 요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는 닛산코리아 OUT’ 등을 외쳤다. 당일 닛산코리아는 차주들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티마·무라노·패스파인더 주력차종 제품결함 논란 지속


차주들이 문제를 제기한 제품결함 문제는 지난 2017년부터 이른바 ‘녹 게이트’로 불리며 1년 넘게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한국닛산 SUV 오너스 카페와 동호회 커뮤니티 등에선 이러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량 녹 발생과 관련해 문제차량으로 지목되고 있는 차량은 알티마, 패스파인더, 무라노 등이다. 특히 알티마는 닛산코리아의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적견인 모델로 작년 한 해 닛산코리아 총 판매량인 5053대 중 87%이상에 해당하는 4408를 판매했다.


차주들이 배포한 자료 등에 따르면 녹은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하부, 안전벨트 버클과 하부 지지대, 차량 조향 장치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닛산 SUV 오너스 카페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차량 녹과 미션 결함 등과 관련한 고충을 겪은 차주가 3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혼다와 비교되는 닛산의 안일한 대처


우선 논란이 된 것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은 닛산코리아 측의 태도다.


2017년 ‘녹 사태’에는 닛산 뿐 아니라 토요타, 혼다 등 일본수입차 전반이 휘말렸었다. 다만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혼다코리아의 경우, 정우영 사장이 직접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적극적인 해명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혼다코리아는 작년 2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소비자들에게 총 250억원 규모의 배상을 약속했는데, 1월 현재 방청작업은 97% 이상 완료, 위로금은 99% 이상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사태 수습을 마쳐가는 단계로 관측된다.


반면, 닛산코리아 측은 보상금 지급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고, 방청 작업 서비스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무상방청 서비스를 받으려면 보증기간이 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방청 작업을 받고 난 차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피해 차주들은 방청 작업을 마친 일부 차량에서 여전히 녹이 남아있다며 닛산코리아 측의 대책이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오늘> 등에 따르면 방청작업을 받은 한 차주는 “스스로 방청 작업을 해도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온갖 곳에 아연 방청제를 발라놓은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차주는 아는 지인의 상황을 설명하며 “혼다 파일럿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녹 이슈 이후 방청작업을 통해 녹 제거는 물론 그 위를 덮는 도색 서비스까지 깔끔하게 받았다”고 비교했다.


그는 “닛산코리아는 서비스센터에 차를 가져가니 녹이 미미하다며 방청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게 고작이었다”며 “이후 녹이 번져 피해를 더 키웠다”고 성토했다.


해당 차종들은 녹 부식 문제 외에도 패스파인더 모델의 경우 CVT(무단변속기) 품질 논란이 빚어지는가 하면, 무라노에서는 원인 미상의 시동 작동불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지속적인 제품결함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연비·배출가스 속이기 등…논란은 현재진행형


이같은 소비자 기만행위는 최근에도 새로운 이슈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엔 닛산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인피니티’가 연비 허위 표시하거나 광고한 사실이 공정위에 발각 돼 닛산 측에 과징금 9억원이 부과됐으며 검찰에 고발조치 됐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닛산코리아는 2014년 2월에서 11월까지 판매한 인피니티 Q50 2.2 디젤모델의 연비를 1L당 15.1km라고 차량 카탈로그와 스티커 등에 표시했다. 해당 차량은 닛산 본사에서는 1L당 14.6km로 인증된 차량으로 연비를 부풀려 광고한 셈이다. 닛산코리아는 이 기간 동안 해당 모델을 국내에 2040대를 판매했다.


닛산코리아가 2015년 11월에서 2016년 6월까지 판매한 디젤 SUV 캐시카이의 경우 유럽과 한국의 배출가스 기준인 km당 질소산화물 0.08g 배출을 충족한다고 광고했으나 실제 도로주행시험 결과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광고된 배출가스의 20.8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악 성적 거둔 닛산의 2018년…2019년은 더 할 수도?


결과적으로 닛산코리아가 신차 수입·판매 등으로 겉 단장에 나서며 실적반등을 꾀해보려고 하지만 그간의 행적이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닛산코리아는 당장 작년 한 해 실적부터가 좋지 않다. 닛산코리아는 지난해 총 5054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도인 2017년 판매량 6285대에 비해 19.6%나 감소한 수치다. 동기간 국내 수입차 시장의 규모는 11.8% 오른 26만705대를 기록했다.


또 닛산코리아의 작년 국내 시장 점유율은 1.94%로 2%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이래 처음이다. 최고치를 찍었던 2017년 2.70%를 찍었던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하락세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앞서 르노-닛산-미쓰비시 3각 연대의 ‘곤 회장 게이트’를 계기로 드러난 내부 알력다툼이 진화되기는커녕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의 구속수감이 장기화 되며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닛산코리아는 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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