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黃)의 등판’…요동치는 제1야당 전당대회 판세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이기도 하거니와 오는 2월 27일 예정된 제1야당 전당대회를 40여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입당식을 통해 ‘국민들 뜻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토록 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지만, 지금껏 외부에 머물러 있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입당한 까닭에 당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국당 내 잠재적 당권주자 일부는 황 전 총리를 향해 이미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고, 당 밖에서는 ‘박근혜 시즌2’, ‘친박 아이돌’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이자 현실 정치에 뛰어든 정치신인에 대한 여의도 정치권의 검증, 다른 말로 표현하면 텃새 아닌 텃새가 시작된 것이다.


황 전 총리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무게감을 증명해준다. 안 그래도 제1야당의 당권 향배가 주목되고 있던 와중에 유력 대권주자가 제1야당 입성과 함께 당권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다보니 여의도 정치권이 들썩일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황 전 총리를 향한 기대감과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다만,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당 안팎의 견제와 비판은 심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현실 정치를 처음 접해본 황 전 총리가 지난 대선에서 중도 사퇴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노선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대권주자에서 하루아침에 당권주자로 전환한 ‘황교안 등판’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전대 시즌에 입당한 黃…대권주자→당권주자


견제구 날린 친박‥‘페인팅’ 또는 ‘충성 압박’


이른바 ‘황(黃)의 등판’이라 할 수 있겠다.


여야 5당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제1야당에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입당식을 갖고 공식 입당했다.


황 전 총리의 입당 메시지는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은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정말 한 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지금은 통합과 화합, 그리고 단합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한국당 당원들과 또 국회의원님들, 당협위원장님들 여러 말씀, 그리고 국민들께서 바라는 점까지 충분히 잘 듣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 중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선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당 밖에 머물러 있던 황 전 총리가 오는 2월 27일 개최될 예정인 한국당 전당대회를 40여일 앞두고 입당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날짜 그리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방식이 결정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한국당에 입당한 것이다.


‘견제구’ 날리는 黃의 잠재적 라이벌들


당 밖의 비난 및 비판은 그렇다 치더라도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되는 황 전 총리가 제1야당 당권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당내 일각에서도 일찌감치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심재철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이른바 친박 등 결집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친박·비박)계파 갈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 역시 커지고, 게다가 황 전 총리는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 사람들 때문에 모두 적폐로 몰리고 있는데도 아무런 저항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황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매우 반듯한 분이나 그 반듯함이 공무원 사회와는 다른 험한 정치판에서 안 통하기 때문에 솔직히 그 점이 걱정된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또한 유력 대선후보로서, 대선후보를 보존하는 측면에서 (전당대회 불출마)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얘기는 차라리 당 대표 나오지 마시고 대선으로 직행하라 말씀이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그렇다. 이번 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지 대선용 후보를 뽑는 게 아니다”라며 황 전 총리의 대선 직행을 주장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심 의원이야 황교안이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출현함에 따라 견제구를 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황 전 총리와 다소 결이 같은 친박계에서도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황 전 총리는 과거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냄에 따라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친박 당권주자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은 지난 15일 YTN ‘더인터뷰’에 출연해 “이번 전당대회 성격은 대선주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총선 승리를 가져오는 당 대표를 뽑는 것”이라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벌써 다른 당이 얘기하듯이 ‘도로친박당’이라는 올가미를 우리한테 씌우려고 하는 문제가 있고, 또 대권주자 한 사람이 대표와 대권주자라는 동시에 권한을 가졌을 때 다른 잠룡들이 비난과 질투의 화살을 날릴 텐데 지금 구태여 조급하게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이번에는 총선을 지휘하는 지휘자여야 되는데 선거 경험이 없는 황 전 총리로서 과연 이것을 지휘해나갈 수 있겠느냐 이런 여러 걱정들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겠다, 이런 뜻으로 (황 전 총리와)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정우택 의원도 친박 당권주자로 지목되는 만큼 향후 친박 당권주자끼리의 교통정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고, 이에 대한 기선제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좌)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정우택 의원

‘노선’ 명확히 하라고 주문한 홍문종


다만, 친박 핵심으로 지목되는 홍문종 의원이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 전 총리를 겨냥해 노선을 명확히 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데 대해,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분이 우리 편(친박)인가 저기 편(비박)인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사실 당 대표 선거라는 게 계파싸움을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어느 쪽에서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계파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어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느냐, 그런데 양쪽 진영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이 사람이 우리 편이다’, ‘우리가 도와줘야 될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에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다”면서 “그래서 이분이 외연을 늘려서 다 하나로 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당대회에 뛰어들면 본인을 지지할 세력이 어디인지, 그 지지할 세력으로부터 표가 이른바 몰표가 나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황 전 총리가 어떤 세력을 등에 업고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라는 주문이었다. 즉, 친박계가 황 전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


“나경원 세울 때도 페인팅”…“충성 맹세 압박 아닌가”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페인팅(상대방을 속이는 동작)’ 기술이라고 본다”며 “왜냐하면 왕 전 총리가 친박계 상당수의 전폭적 지지를 전제로 하지 않고 그냥 입당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석했다.


우상호 의원은 “(친박계가)지난번 나경원 원내대표를 세울 때도 이런 페인팅을 썼는데, 황 전 총리를 친박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이야기”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친박 프레임에 갇혀서 공격을 받을까봐 페인팅 모션으로 일부러 거리가 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홍 의원은)그 정도 페인팅 기술을 쓸 수 있는 분”이라며 “홍 의원께서 말씀하신 (친박이 아니라는)내용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고 꼬집었다.


한편에선 황 전 총리에 대한 친박의 압박으로 풀이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문종 의원이 황 전 총리에게 어느 편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건 결국 줄 세우기 아니냐”며 “우리 편으로 오라는 일종의 충성 맹세 압박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속내 복잡한 친박, 회유와 압박?‥교통정리 관건


오세훈·홍준표·김무성·김병준…‘黃 대항마’ 누구?


‘친황계’로의 재편, 가능할까?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제1야당 전당대회 판세는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황 전 총리는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는데, 대선 직행보다 한국당 입당을 선택하면서 친박과 비박, 각 진영 당권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우택·김태호·김진태 등 친박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교통정리를 한다면 명분상으로도 그렇고, 확률상으로도 그렇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1~2위를 다투는 황 전 총리로의 교통정리가 당권 탈환에 유리해 보인다.


황 전 총리로의 교통정리, 나아가 21대 총선 공천권이 걸린 당권까지 탈환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던 친박계는 ‘친황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이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정치신인에 불과한 황 전 총리에게 공천권이 달린 당권주자 자리를 쉽사리 양보할리 없어 보인다.


홍문종 의원의 주장대로 황 전 총리가 명확하게 노선 정리가 안 됐다면 친박계 입장에선 검증된 인사로 보기 어렵고, 또 정치권 일각에선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현 한국당 비대위원장)를 신임 국무총리를 내정했음에도 청와대가 이 같은 사실을 발표 당일 황 전 총리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한데 대해 황 전 총리가 서운함을 갖고 있다는 풍문도 들린다.


따라서 친박계가 황 전 총리로의 교통정리보다 그들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회유와 압박을 통해 양보를 얻어낼 공산이 커 보인다.


만약 황 전 총리가 다른 친박 당권주자에게 양보를 하거나,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에 그친다면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사퇴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빗대 ‘반기문 시즌2’라는 비난과 함께 지지자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6년 12월 21일 황교안(오른쪽)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에서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와 회동, 악수하고 있다.

입장 변화 감지되는 비박계


비박계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유력 당권주자 카드로 지목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경우 특정계파의 당권주자가 아니라면서 비박·복당파와 선을 긋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존 불출마 입장을 내비쳤던 비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 전당대회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을 하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과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단번에 일축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입장 변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관측이 나온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비박계 수장 겪인 김무성 의원의 출마설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 “저처럼 대통령을 모셨던 핵심들, 탈당했다고 복당한 사람 중 주동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 선거참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전당대회 출마를 안 하는 것이 옳다”며 조건부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모셨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황교안 전 총리가 당권경쟁에 나섬에 따라, 김 의원도 출마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다만,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선 불출마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도 판세를 뒤흔들만한 파급력을 지녔다.


홍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자, 보수정치 품격 저하 등 숱한 비판을 받겠지만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를 통해 저력이 확인된 만큼,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친박이 됐든 비박이 됐든, 황교안 전 총리든 오세훈 전 시장이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홍준표 대표가 김무성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야당 당권 향배에 따라 셈법 달라지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앞서 언급했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한국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일찌감치 ‘황교안 VS 오세훈’의 대결을 점쳤다.


장 소장은 “선거는 흐름과 구도, 인물, 명분 등 4가지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제1야당 전당대회 흐름은 일단 ‘황교안 VS 오세훈’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구도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다. 명분은 두 사람 다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선택은 당원과 국민들이 할 것이다. 다만, 어떤 세력이 지지하는 당권주자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집권당과 바른미래당의 셈법은 달라진다.


장성철 소장은 “만약 황교안 전 총리 등 친박계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권을 차지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더불어민주당일 것이고, 당분간 보수분열은 더 확고해 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과 적폐 프레임 공세를 강화할 수 있고, 보수개혁을 외치는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 인사들의 탈당 명분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보수통합에 저해가 되는, 거기다 집권당의 공세까지 더해지는 후보가 제1야당 당 대표가 된다면 아마도 총선 승리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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