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선영 기자]시속 400km급 차세대 고속열차 개선 작업이 2년째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2월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는 “그간 확보한 시속 400km급 차세대 고속열차 기술 활용을 위해 고속철도의 업그레이드 추진”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고 15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사실상 2년이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어 일각에서는 자칫 우리 철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이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철도 관련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개발을 완료한 해무(HEMU-430X) 열차를 염두에 둔 사안으로, 해무는 지난 2013년 최고 시속 421.4km를 기록해 프랑스(575km)와 중국(486km), 일본(443km)에 이어 세계 4번째의 빠른 속도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10만km 주행 시험을 완료한 뒤 해무를 상용화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대로 주파하는 것과 함께 해무 기술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고, 이후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2017년 고속철도 개선 실행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10년간 신호설비와 선로 등 정비를 통해 해무를 실제 운영에 투입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거의 실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토부의 철도 관련 부서에서 4세대 통신시스템과 자갈 궤도 개량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정도로, 이 사이 해무는 충북 오송의 차량기지에 사실상 방치돼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국토부의 업무보고에서도 시속 400km의 고속철도 개량사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국토부 관계자는 “개량 사업을 할지 말지 결정이 안 된 상태”라면서 “내부적으로 고위 관료들 사이에 현재도 고속인데 여기서 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부정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시속 400km대로 개량하려면 신호 시스템과 전차선 정비는 물론 현재의 자갈 궤도를 모두 콘크리트 궤도로 바꿔야 하는 등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며 “굳이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해무가 제 속도를 낼 경우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인 서울∽동대구 자갈 궤도에서 자칫 자갈이 튀어 올라 바퀴나 차체 파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콘크리트 궤도로 변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조 원이 필요하다는 예측이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교수는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속도”라며 “세계 철도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시속 400km대로 고속철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남북 철도와 대륙철도 연결만 놓고 봐도 결국 고속철도 건설이 주요 이슈가 될 텐데 현 상태로는 우리가 고속철도 강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도 “개량 사업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철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신호체계 교체, 전차선 장비 등 가능한 부분부터 먼저 단계적으로 개량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 고위 관계자는 “1000억 원가량의 돈을 들여 개발한 첨단 고속열차를 제대로 활용 못 하는 건 문제”라며 “현재 고속철도의 내구연한이 다가오는 만큼 이에 맞춰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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