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국감정원이 최근 공개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10개 필지 가운데 7개 공시지가가 똑같은 상승률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 가격 기준으로 보면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9130만원에서 1억 8300만원으로 100.4%가 올랐으며, 명동길 우리은행 부지는 100.3%, 퇴계로 유니클로는 100.1%로 올랐다.


이에 대해서 감정평가사들은 정부가 평가 과정에 구두로 개입해서 비싼 땅의 공시지가를 급등시키라고 지침을 내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3일 감정 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소속 A사무관은 지난해 12월 3일 한국감정원 서울 사무소에서 열린 감정원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A사무관은 감정평가서 20여명에게 “4~5년에 걸쳐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시세의 70%수준으로 올릴 예정이었지만, 시세가 ㎡당 3000만원이 넘는 토지는 이번에 한꺼번에 올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자, 1회 상승률이 최대 100%로 조정됐다. 지침을 안 따르는 평가사는 국토부 등의 집중 점검을 받기도 했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 보유세를 산정하게 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요구한 가이드라인이 고액자산가에 대한 ‘징벌적 과세’의 근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은 감정평가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결과가 부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재평가를 지시하거나 다른 감정평가사에게 맡길 순 있다.


이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는 “편법이기 때문에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참석자들에게 보안 각서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평가사에게 지침을 내렸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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