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위반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 전 사무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하고 KT&G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2일에도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적자 국책 발행 압력 행사 의혹에 대해 추가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재부 국고국은 당초 연간 15조원의 초과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8조 7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 채무 비율이 낮아지는데,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는 거꾸로 채무를 높게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이는 2017년 말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에 빚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최대 4조원의 국채 추가 발행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전 정부가 넘겨준 부채가 많을수록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늘어난 채무 규모는 줄어드는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그해 말까지 발행한 국채는 박근혜 정부의 채무로 계산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최초에는 (기재부)차관보가 8조 7000억원 상당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고, 차관보가 질책을 받았다”면서 “이후 수출입은행에서 간부회의 또 국회 내 기재부 간부 회의에 차관보가 실무진이 같이 들어가자고 해 국장과 과장, 저까지 네 명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김동연)부총리가 언급하는 것을 저도 배석하면서 들었는데, 부총리께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에 낮추면 안 된다는 말을 하셨고, 39.4%라는 숫자를 주면서 적어도 그 위로 올라가야 한다며 발행액수를 결정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동연 부총리가 채무비율 기준을 정하고 그 이상이 되도록 국채 발행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 차관보와 국장 등 실무진의 설득으로 결국 적자 국채 발행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이에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기재부 담당 실무진에게 적자 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국채를 발행하지 말자고 결론을 냈는데 그 이후 청와대에서 과장과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제 기억에 (2017년)12월 국채 발행 계획이 나오는 날 보도자료 엠바고(보도유예)가 걸린 1시간 전에 자료가 배포되고, (차영환 비서관에게 전화를 받은)과장이 몇몇 기자들에게 ‘기사 내리면 안 되겠냐’, ‘취소하면 안 되겠냐’고 연락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부채를 줄일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도 기재부가 하루 전날 갑작스레 취소됐던 상황도 털어놨다.


신 전 사무관은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을 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에 취소하면서 금리가 치솟고 어떤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를 지켜보면서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웠고, 의사결정 과정이 비상식적이어서 분노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017년 11월 15일과 22일 각각 1조원 가량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11월 14일 갑작스레 국채 매입 계획이 취소됐다.


이 같은 폭로를 결심한데 대해 신 전 사무관은 “고시를 4년 준비하고 4년 일했는데, 나름대로 국가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공직에 입문했다”며 “다른 공무원은 일하면서 회의감에 빠지거나 잘못된 일이라고 인지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G 사건(청와대 사장 선임 개입 의혹)을 보고 난 이후 막막함과 국채 사건에서 느낀 절망감을 다시는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그래서 영상을 찍고 자료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이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위반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데 대해선 “검찰 고발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딱히 다른 의도는 없고, 정치 세력도 없다. 제가 나서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조금 더 합리적이고 나은 곳이 되면 좋겠다”며 “공익 신고자가 저로 인해 또 나왔으면 좋겠다. 고발당하고 법적 절차 밟고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누가 용기를 내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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