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일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와 관련해 “이번 신년사에서 대미 메시지는 핵보유국 위치를 더 굳히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면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간담회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결단을 내렸다고 이야기된 건 일부 사람들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태 전 공사는 “2018년 초나 지금이나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해 나가려는데 한치의 변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올해 김정은의 대남, 대미 전략을 압축해보면 2019년 미북 핵 협상을 핵 군축협상으로 좁혀 전략적 위치를 굳히고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이 주장하는 로드맵으로 가는 것은 현재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 비핵화 실현 때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과 정면충돌 되는 것으로, 김정은 입장은 제재가 풀리고 평화협정체제를 하기 전까지 핵 공격 능력을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그대로 두고 제재를 풀고 평화체제를 추진하면 그것이 곧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임하는 출발점은 결국 미국도 핵보유국이고, 북한도 핵보유국이니 서로 동등한 핵보유국 지위에서 협상을 출발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신년사에 담겼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신년사가 나온 이후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올해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핵 폐기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던 저는 북한이 이제 그런 합리적 사고나 결정을 내릴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않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자고 하는 대목 뒤에 바로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공갈 대목을 끼어 넣은 부분을 주목한다”며 “2차 미북정상담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만약 회담 전까지 미북 간 타협점을 안 보여주면 2차 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또 “눈여겨본 부분은 평화협정체제를 위한 다자협상 문제를 끼어 넣은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 문제를 제기하면 거절당할 게 뻔하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과 중국 정부를 이용해서 미국을 압박해 끌어내는 전술로 다가가려 한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정부가 남북과계와 북한 비핵화 병행 추진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한미공조체제 유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평화는 힘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방적 양보는 북한 비핵화도 평화도 이뤄낼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서울답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제일 관심을 것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공 재개와 같이 현실적인 이익이 되는 부분”이라며 “만약 이것이 재개되는 돌파구가 열린다면 서울까지는 아니어도 판문점에서 4~5차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