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자치경찰제 도입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확립은 기필코 성공시켜야하는 과제”라며 “자치경찰제가 조직을 나누고 권한을 떼어주는 일인 만큼 내부 반발이 크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앞장서 달라”
지난 7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당부했던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경찰제가 지난 11월 13일 대통령소속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공개 한 이후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필수 관문’으로 보는 경찰 수뇌부와는 달리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위의 주요 발표내용은 주민 밀착 치안 활동력 증진, 경찰권의 민주적 설계 및 정치적 중립성 확보, 치안력 약화 및 치안 불균형 방지, 제도 도입에 따른 치안 혼란 최소화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었다.
이같은 특위의 발표내용에 일선경찰서 A간부는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을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일각의 우려는 알지만 도입 이후 어떻게 효율적인 치안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지,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조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관 B 씨는 "자치경찰제 가장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신분 보장, 복지 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첫째, 예를 들어 행정직의 경우 ㅇㅇ면사무소 7급 서기가 대도시로 전근 신청할 경우 한계단 아래인 8급을 달고 갑니다. 그런데 국가직인 경찰은 지방직으로 내려 가는데 수평이동이라고 합니다. 이번 자치경찰제는 국가직을 유지하면서 차츰 지방특정직으로 변경이 되는데 직급 조정이나 신분 보장이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며 같은 공무원의 처우와 경찰공무원의 차별적 신분 보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 하기도 했다.
이 처럼 미완성의 자치경찰 제도가 내년부터 실제 운영단계 까지 오는데 "현장경찰관들을 배제시킨 채 총경 1명과 서울대 교수 출신 5명이 탁산공론해 올린 결과물"이라는 다수 일선 경찰관들의 비판적 시각이다.
또 "현장 경찰관이 배제된 상태로 (자치경찰 제도) (일선 경찰관들의)세부사항을 알지도 못하는 교수들에게 자치경찰제를 맡긴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꼬집기도 했다.
또다른 일선경찰관의 승진 문제 지적도 있었다.
일선 경찰관 C 씨는 "현장 경찰의 직급이 낮아 고통받는 동료가 많다. 당당히 30년 이상 근무하고 6급 경감, 10년이상 상위 30% 규정으로 근속이 아니라 심사제도에 14년 근속이 됨에도 승진을 못하는 문제는 근속기간에 따라 승진이 되고있는 행정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으면 한다"며 "이번 기회에 행정직도 같은 공무원인데도 유독 경찰관들만 차별적(?) 인사승진 제도를 놔두고 있는 것에 많은 고민을 줬으면 좋겠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관은 D 씨는 ”좋게 말하면 ‘지역 밀착형’이지만, 달리 말하면 지방의 유력인사나 정치인 등을 조사ㆍ수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경찰력이나 치안 서비스는 지역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행사돼야 하는 데 자치경찰제 하에서는 지역의 재정 형편 등에 따라 치안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다수의 서울 지역 근무 경찰관의 의견도 있었다.
또 강력수사를 담당하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간에 혹은 자치경찰과 자치경찰간에 벌어질 수 있는 책임 떠넘기기 문제점을 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달 초 25개 자치구와 내부에서 자치경찰 연계 사업 내용을 취합한 서울시의 경우, 최근 일부 내용이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돌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치구에서 작성되었던 내부의 자치경찰 연계 사업 내용을 보면 한강 주변 자전거 단속과 불법 주정차 단속에 자치경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안을 두고 일선 경찰에서는 “구청에서 하기 싫은 일을 경찰에 떠미는 셈”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제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에서 제출한 ‘협업 사업 발굴’ 내용에 따르면 한 자치구는 기존 구청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을 자치경찰이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각 구청은 흡연 단속 과정에서 단속원이 오히려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해 강제력을 갖고 있는 경찰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세금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 시 자치경찰과 함께 단속을 진행해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까지도 포함됐다.
이같은 자치경찰제 도입 현실에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치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에서는 구청 공무원들의 업무인 불법 쓰레기 단속이나 관내 정실질환자 관리 등의 업무를 자치경찰에게 이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안다”며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을 단속원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씁쓸해 하기도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두고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경찰은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현실에서 주민 밀착 치안을 하고자 하는 본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그동안 수사제도가 현실에 맞게 개선되지 못했던 독자적 수사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 자치경찰제 도입이 성공리에 정착될 수 있아야 한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의 지적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정부는 2019년 서울·제주·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자치경찰 사무 50%), 2021년 전국 일부 시행(자치경찰 사무 70%), 이후 2022년 전국의 모든 17개 광역자치 단체(자치경찰 사무 100%)로 확대 예정이다.
내년 시행 자치경찰제…지자체 ‘업무계획’ 살펴보니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하천에 자치경찰을 배치해 평시에는 자전거도로에서의 각종 사고 예방과 질서유지 업무를 담당하고…”(서울시 A구)
“자치경찰과 도로변 불법 주ㆍ정차에 대해 합동단속을 진행. 불법 주ㆍ정차 단속 강화로 교통혼잡 개선과 단속 공무원의 안전 확보…”(B 광역시)
“관내 부족한 학교 안전 담당 인력 충원을 위해 학생 전담 치안 서비스 부서를 신설, 학생 귀가 안전 서비스에 활용하도록 건의…”(C 교육청)
서울시과 세종시, 제주도 등 5개 광역자치단체를 시작으로 자치경찰제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자치단체와 경찰 사이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치단체들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업무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일부 계획에 대해 일선 경찰에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등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전국 자치단체에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치경찰제 도입 시 협력 방안’에 따르면 최근 각 지자체는 자치분권위원회에 자치경찰 제도가 도입될 시 자치경찰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 내용 등을 취합해 제출했다.
이달 초 25개 자치구와 내부에서 자치경찰 연계 사업 내용을 취합한 서울시의 경우, 최근 일부 내용이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돌며 논란이 됐다. 한강 주변 자전거 단속과 불법 주정차 단속에 자치경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안을 두고 일선 경찰에서는 “구청에서 하기 싫은 일을 경찰에 떠미는 셈”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제로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에서 제출한 ‘협업 사업 발굴’ 내용에 따르면 한 자치구는 기존 구청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을 자치경찰이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작성했다. 흡연 단속 과정에서 단속원이 오히려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해 강제력을 갖고 있는 경찰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세금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 시 자치경찰과 함께 단속을 진행해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치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에서는 구청 공무원들의 업무인 불법 쓰레기 단속이나 관내 정실질환자 관리 등의 업무를 자치경찰에게 이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안다”며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을 단속원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B 경장 역시 “구청과 협업하면 효율성이 높아지겠지만, 일부 공개된 계획안을 보면 자치경찰의 업무량이 너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불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에서는 “자치구로부터 설문을 받은 것에 그친 것”이라며 “실제로 해당 내용이 그대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답했다. 자치구에서도 “해당 내용은 필요한 연계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자치구의 경우 “자치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업무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도 심야 단속에 나서는 공무원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체포나 수사 등 강제할 방법이 없는 일반 공무원보다는 자치경찰이 단속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해 의견을 제출했다”고 답했다.
관내 학교의 치안 업무를 걱정하고 있는 지방교육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지자체와 자치경찰 도입 과정을 논의한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에 SPO 강화 방안을 건의했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 상주하는 SPO나 교육청 인원만으로는 늘어나는 학교 주변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경우, 학교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요청했다”고 했다.
앞서 자치분권위는 오는 2019년 하반기부터 서울과 세종, 제주 등 5개 지역에서 자치경찰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오는 2022년 전국적으로 시행돼 현재 경찰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4만3000여 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될 예정이다.
자치경찰은 정보와 보안, 외사 등의 업무를 제외한 생활안전, 여성ㆍ청소년, 교통 등의 업무를 전담하게 되며, 각 지자체에 만들어지는 시ㆍ도 경찰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구체적 계획안 발표에도 일선 경찰의 반발과 우려가 이어지면서 실제 실행까지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하게 결정 난 것도 없을뿐더러 일선 경찰의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책 마련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오히려 지자체와 경찰의 협업이 잘 이뤄진다면 더 질 높은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