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대북 빗장 해제 묻지마 속도전…‘제2의 체임벌린' 우려 증폭[심층분석]
문재인 정권, 대북 빗장 해제 묻지마 속도전…‘제2의 체임벌린' 우려 증폭[심층분석]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8.10.1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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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 해제-판문점선언 비준-남북군사합의…'김정은 입맛대로' 올인?
지난달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9·19 평양공동선언 핵심 요지만 간추려 보자면 한반도의 확고한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귀결되는 간절한 바람을 평양공동선언에 담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즉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는데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은 우리민족끼리만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어야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남북정상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여권과 진보진영에서는 평양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비핵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말만 요란할 뿐 북한이 핵무기·핵물질·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여전히 꺼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권은 벌써부터 5·24 조치 해제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남북군사합의 등 대북 빗장을 풀고자 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김정은 눈치 보기와 비위맞추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빗장 풀기’에 대해 들여다봤다.

천안함 폭침…5·24 조치 해제 검토 중이라는 강경화

비용추계 1년 치 제출해 놓고 처리 압박하는 집권당

지난 8월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하면서 미·북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평양회담 및 9·19 평양공동선언이 이뤄지면서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됐다.

북한과 미국을 오간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성사됐고, 김정은과 5시간 30분 동안 면담을 하는 등 미북 양국은 다시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해제 등에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차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된 것은 맞지만 실질적 비핵화와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해제 등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통 큰 결정을 내리고 이후 실무적으로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빅딜’ 방식이 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서로의 요구사항을 실무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뒤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기존방식을 따르게 됐다.

이에 따라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여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2차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실무협상에서 핵무기·핵물질·핵시설 리스트 제출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과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초청 및 영변 핵 시설 폐기 정도로 한국전쟁 종전선언 또는 대북제제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경우 자칫 2차 정상회담의 판이 깨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는 북한이 실무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비핵화 조치가 핵무기·핵물질·핵시설 리스트 제출 등 실질적 비핵화가 아니라 느리고, 쪼개는 식의 걸음마 조치에 불과하다면 가까스로 되살아난 협상의 판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5·24 조치 해제

핵 리스트 제출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요원함에도 문재인 정권은 벌써부터 대북 빗장 해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나라를 지키던 우리 해군 장병 46용사가 희생됐는데,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민국 외교부 수장 입에서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물음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5·24 조치)해제 문제는 대북제재 국면의 남북관계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상항이고, 대북제제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등 한반도 평화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정부가 이를 감안해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24 조치는 MB(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3월 26일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다.

5·24 조치에는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인도적 목적이라도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8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8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한국당 “강경화, 김정은 대변인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의도적 여론 떠보기?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야당은 즉각 유감을 나타내며 질타를 아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5·24 조치 해제가)행정조치에 불구하니 정부가 (해제)하겠다면 국회가 막을 길이 없는데, 국회와 상의 없이 검토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5·24 조치 해제는 북한에 커다란 선물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를 해제하기 전)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며 “(2015년)한일 위안부 협상 때도 위안부 할머니 없는 협상이라며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도 “외교부가 5·24 조치 해제 주무부처도 아닌데 검토 발언을 국정감사서 해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강 장관은 “말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했고, 김 의원이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사과하지 않고 있음을 아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5·24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것은 실제 가능하지도 않고 국제사회와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그렇잖아도 김정은이 버젓이 유엔 제재 품목인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이용해 제재 이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비핵화 진전도 없이 5·24 조치 해제를 운운하는 강경화 장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강 장관은 김정은 대변인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강 장관은 결국 자신의 발언이 오해를 일으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 아닌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며 “잘못 발언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5·24 조치는 과거 정권도 그렇고 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그런 취지에서 말씀드렸는데, 제 발언에서 분명하지 않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 번복에 대해 의도적 여론 떠보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모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제협력을 원하지만 5.24 조치가 걸림돌인 상황인데, 일단 여론을 살피기 위해 의도적으로 운을 떼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열 올리는 민주당

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인 북한이 사과 한마디 않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면, 집권여당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압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회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회의 모든 구성원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회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대해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데, 급변하는 한반도에서 국회의 시간만 멈춰버린 듯하다”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실현에 기여할 소중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조속히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평화의 새질서를 뒷받침해야 하는데도, 한국당만 요지부동”이라며 “비준동의를 못하겠다고 생떼만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답은 정해져 있다. 우리는 무조건 반대’라는 냉전수구 세력의 몽니일 뿐”이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함께 평화의 열차에 올라타서 평화의 새질서를 함께 만들어 가기 바란다”며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왼쪽부터 평화당 장병완, 민주당 홍영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왼쪽부터 평화당 장병완, 민주당 홍영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꼼수 비용추계 논란…의도적 축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종료된 뒤에도 제도적 이행을 위해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요청한 것인데, 국회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가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비용추계서를 보면,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내년도 총 예산은 4712억원으로 올해 예산에 준해 편성된 1726억원에 2986억원이 추가로 더해졌다.

문제는 정부가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총체적 예산이 아니라 2019년도 사업추진에 필요한 예산만 국회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4700여억원이 소요되지만 그 이후에는 북한에 지원되는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씨티그룹은 지난 6월 한반도 통일 후 북한의 경제를 정상화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이 약 70조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철도에 57조원, 도로 35조원 등 총 112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는 ‘통일금융 보고서’를 통해 철도 85조 300억원, 도로 41조 1400억원 등 총 153조 1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TV조선 캡쳐화면.
TV조선 캡쳐화면.

北에 유입되는 세금‥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소지 다분

군사합의, 무조건 믿어야 하나…“바람 앞 등불 신세”

5년 이상 재정소요 추산치 요구하는 외통위원장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판문점 비준동의안 비용추계에 대한 세부 근거자료와 5년 이상 재정소요 추산치를 요구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통과에 키를 쥐고 있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여론을 앞세워 비준동의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북한과의 부속합의, 공동조사 등의 협의가 없어 (정부가 제출한)비용추계의 근거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재정추계를 갖추지 못했음으로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통일부의 자료 협조 미흡과 대북관련 자료 부족, 사업 분석 불투명 등을 이유로 비용추계 불가의견으로 답변이 왔다”며 “정부와 여당은 비준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기 전에 비용추계에 대한 세부 근거자료와 5년 이상 재정전망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도로와 철도 등의 현지조사가 이뤄진 다음 그 조사결과를 두고 야당과 협의해 나갈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에 찬성하는 민주당(129명)과 평화당(14명), 정의당(5명), 민중당(1명), 무소속 의원 등 범진보 진영을 모두 합하면 국회 재적 과반을 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회 본회의에 앞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 범보수 진영이 외통위 전체 위원의 절반(11명)을 차지해 과반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육상·해상·공중 적대행위 금지…남북 우발적 충돌 억제

야당으로부터 북한 김정은 눈치 보기와 비위맞추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빗장 풀기 정점은 남북 군사합의서 서명이라 할 수 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북군사 합의서의 핵심은 남북이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5km(남북 총 10km) 내에서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키로 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감시소초)를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군사분계선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 각각 11곳(남북 총 22곳)도 시범적으로 철수키로 했다.

해상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서해-남측 덕적도부터 북측 초도) 135㎞, 동해 남측 속초부터 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 수역으로 설정해 함포 사격이나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공중에선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정부여당과 진보진영은 이번 합의로 ‘재래식 무기를 통한 우발적 전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 군사합의서가 전쟁을 억지하는 등 사실상 종전선언의 기능을 한다며, 분단 7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일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송영무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는 안보환경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적극 이행하면서 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반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난달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수도권 기습 자유를 선물로 준 셈…북한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국가 안보를 우려하며 우리 군의 무장해제를 꼬집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 시범철수와 관련해 북한 GP는 160개, 우리 군은 60개인데 똑같이 11개를 철거하는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데 대해선 그동안 군사 도발을 일삼아와 왔던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우린 군을 장님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동·서 해역 일대에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함에 따라 북한과 인접해 있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및 수도권까지 안보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전직 군 장성도 깊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달 27일자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군사분계선에서 20~40㎞(헬기의 경우 군사분계선 10㎞ 이내)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면, 수도권을 목표로 전방 전개한 북한군 주력의 동향을 감시할 수 없고 근접 정밀 타격도 불가능하다”며 “북한군에게 우리 첨단 전력이 무력화된 공간에서 완전한 성역을 주고 언제든 편안하게 수도권 기습에 성공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선물로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사 합의로 평화를 확보하려면 북한도 약속을 지키는 정상 국가여야 하는데, 7·4 공동성명(1972년) 이후 올 4월 판문점 선언 전까지 남북 간에 크고 작은 회담이 655회 있었고 245회는 서명까지 했지만 북한은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북한이 달라졌다는 기대를 전제로 ‘과거를 묻지 말고 무조건 믿어’하는 이번 합의는 대한민국 국방을 무력화한 치명적 실책”이라며 “북한이 예전처럼 도발하면 우리 장병과 국민 생명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라고 개탄했다.

뿐만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 또한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말 강경화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군사합의를 문제 삼았으며, 특히 남북 군사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데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며 힐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했지만, 강 장관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한국당 정진석 의원 질의에 “맞다”고 인정했다.

강 장관은 다만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군사합의서와 관련한 통화는 정상회담 이전”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통화에 있어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제가 설명한 부분에 대해 듣고 문 대통령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굉장히 고맙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北 비핵화 진정성 의구심…김정은과 히틀러 그리고 文 대통령과 체임벌린

평양공동선에 담겼던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 이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선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이 현재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감시를 피해 언제 어디서든 ICBM을 쏘아 올릴 이동식 발사대까지 갖췄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핵무기·핵물질·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이미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과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미 고철로 평가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외교적 도박을 자행하고 있다.

얄팍한 속내가 뻔히 보이는 김정은의 외교적 도박을 문재인 정권은 획기적인 비핵화 진전으로 규정하고 항구적 평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마치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아돌프 히틀러를 만나 뮌헨 협정에 서명했던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와 같이 말이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넘어가 독일 유화 정책을 주도하는 등 2차 대전 발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히틀러에게 뒤통수를 맞은 체임벌린처럼 문재인 정권도 김정은의 위장평화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명장 사마양저는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말을 남겼다, ‘천하가 평화롭더라도 전쟁에 대비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위태로워 진다’는 뜻이다.

여권과 일부 친정권 언론은 김정은을 두고 솔직하고 화통한 스타일이라며 그의 리더십을 치켜세우고 있는데, 그렇게 화통하고 솔직한 김정은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을 바라면서도 왜 속 시원하게 핵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줄곧 우리의 뒤통수를 쳐왔으니까.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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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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