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이 귀족노조 배불리기, 근로자간 양극화 심화, 위헌가능성 등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개정안 처리를 강행함에 따라 경영계는 물론 정치권 및 국민들까지도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는 형국이 돼 가고 있다. 주휴수당은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유급처리되는 시간에 대한 수당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개정안은 20일 차관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개정안이 상정 돼 오는 24일 국무회의를 거치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의결 시 25~30일 안에 최저임금 주휴시간 산입시행령을 공포하고 내년 1월1일 시행된다.


업계에선 개정안이 시행 될 경우, 평균연봉 9000만원 수준의 대기업들조차 최저임금을 지킬 수 없게 돼 고임금 근로자의 연봉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존재해야 할 최저임금법이 도리어 귀족노조의 배를 불리는 용도로 전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최저임금의 산출공식은 ‘통상임금÷근로시간’으로 이 중 통상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기본급과 고정수당의 계산으로 이뤄진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 성과급, 초과근무수당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앞서 현대모비스의 경우는 신입사원들에게 상여금을 연간 600%를 지급해 5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고도 ‘격월’로 지급하는 바람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촌극을 빚은 바 있다. 금년도 최저임금 기준으로 주 40시간제 연봉은 1885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최저임금 개정안까지 시행되게 되면 평균연봉 9000만원 수준의 대기업들조차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르면 1주일에 1회 이상 유급 휴일이 보장돼야 하는데 노조가 강성인 경우 주말인 토·일요일 이틀을 모두 유급 휴일로 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 통과 시 기업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선 일요일만 유급 휴일로 정하거나 상여금 지급방식을 매달 분할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임단협 내용을 수정해야하고 이를 수정하려면 노조의 협조가 필요하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기업들은 꼼짝없이 이들의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위헌논란·車산업 생태계붕괴 우려’ 등 논란양산


이외에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무수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우선 앞선 대법원 확정 판결과 배치되는 내용이란 점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12일 판결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환산시 소정근로시간 수(174시간)를 적용한다”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 바 있다. 대법원에서는 소정근로시간만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본 데 반해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과 약정시간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


또, 자동차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시 최저임금 위반 업체가 속출해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실적부진을 겪은 가운데 자동차 주요 부품사인 리한의 워크아웃, 다이나맥, 금문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부품사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평균영업이익으로 보면, 중견 부품사 100개사 중 84개사가 작년 평균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이 한계에 다다른 기업도 1.84%인 것으로 확인된다. 대다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양대노총 노조가 있는 만큼, 토요일도 유급으로 지정하고 있다.


경영계·정치권 최저임금 개정안 반대 한목소리


이에 경영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지난 18일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 17개 단체는 “최저임금 산출시 실제 일한 시간만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특히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는 “최저임금은 2년 사이 30% 급속하게 인상됐고,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면서 “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을지 두려움과 함께 행정부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무력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지난 13일 고용노동부의 개정안 추진을 반대하는 입장자료를 공개했다.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돼 위헌소지가 크다”며 “5000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까지도 최저임금 수혜자로 만들어 약자보호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학용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주휴수당은 6.25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우리 국민들이 밤낮없이 일하던 시절에 생긴 제도”라며 “당시 일요일도 제대로 못 쉬고 일을 하니까 나라에서 근로자들에게 유급휴가 주겠다고 해서 만든 제도지만, 지난 2004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최근에는 주52시간 근무제까지 도입된 지금주휴수당 제도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고 따라서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대한민국 경제는 이미 장기침체의 터널에 접어들었다. 오죽하면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위기의식을 느끼고 전 세계 400여명의 해외 법인장들을 긴급 소집해 전략회의를 하고 있겠느냐”며 “자동차산업에 이어 대한민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 경기마저 꺾이면 경제성장은 거품 꺼지듯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정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휴시간 산입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7호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이 그 목적과 적용에 있어서 별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소정 근로시간수에 유급으로 처리하는 시간수를 덧붙이는 것은,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으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하며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강행시, 미치는 영향....임금 최대 40% 증가


한편, 시행령이 발효될 경우, 임금은 현행보다 최대 40%까지 증가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현행 대법원 판례 기준인 현 시행령에 따르면, 월 145만2,900원(8,350원*174시간)을 지급하면 되지만, 시행령 개정시, 토요일까지 유급으로 처리하는 기업의 경우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월 202만9,050원(8,350*243시간)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간당 근로 수당이 늘어남에 따라 연장 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도 오르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 보고서 “최저임금 인상 시 저임금 근로자 근로시간과 임금 줄어”


또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가계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저소득층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들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1시간, 2.3시간 줄어들고, 근로시간 감소로 이들의 월 평균 급여 또한 1만2천원, 1만원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어긋나’…법에 명분화된 나라는 실제로 ‘한국-터키’ 불과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제시한 시행령 내용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현재 주휴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극소수로 OECD 국가 중 주휴수당을 법에 명시한 국가는 한국과 터키 뿐이라는 것.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경제-산업계 파급효과가 지대한 최저임금 관련 기준을 시행령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률에 상향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진짜 목적에 맞아야 하는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고임금자와 저임금자와의 격차만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유급처리 되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맞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 마저도 지키지 않는 다면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각종 쟁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번 최저임금 시행령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진지하게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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