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제약산업을 육성시키겠다던 정부가 정작 국산신약은 찬밥 취급하면서 제약사의 신약개발 의지마저 꺾어버리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신약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약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위해 도입된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 김현철 단장은 지난달 정책토론회에서 “올해까지 국산 신약이 30개 나오고 올해 기술이전 금액이 4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신약 재투자 구조가 없다”며 “약을 판매하려면 가격이 예측가능해야 하는 데 이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약가제도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는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을 들 수 있다.


리포락셀은 다국적 제약사 BMS의 정맥주사형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마시는 약으로 변경한 개량신약으로, 전 세계에서 파클리탁셀을 먹는 약으로 개량한 제약하는 대화제약이 유일하다.


기존 파클리탁셀은 환자가 한달에 3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했으며, 한 번 주사를 맞는데 3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리포락셀은 한 달에 6번 환자 스스로 복용하면 된다.


리포락셀은 지난 2016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이유는 약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 약은 약가 지준이 파클리탁셀의 최저가 복제약 가격에 맞춰졌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개량신약을 개발해도 가장 싼 복제약 수준의 약값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제약업계가 바라는 것은 함량별 가중평균을 적용하는 등 최소한 신약의 시장 가격을 반영해달라는 것”이라며 “약값 책정의 경직된 평가가 제약사의 R&D 의욕의지를 꺾는다”고 말했다.


“한미FTA의 희생양”…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유명무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로 국산신약에 주던 혜택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이 제도를 통해 신약 개발 시 몇 가지 조건을 갖추면 최고 약가보다 10% 이상 값을 높여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차별적이라는 미국 측 지적에 따라 결국 국내 신약 우대 조건이 모두 삭제됐다.


지난달 14일 심평원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존에 정부가 승인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하고,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신약이며, 국내에서 임상 1상 이상 수행한 제품의 경우 약가우대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기업 요건으로 국제보건기구(WHO)나 식약처가 지정하는 필수의약품을 수입·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신설했다.


제품요건으로는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불가능한 치료법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S) 또는 유럽의약청(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대상 등의 조건이 추가됐다.


국내 제약사가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개정안이 발표된 직후 제약업계에서는 “이는 한국 제약산업을 한미 FTA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정”이라며 “국내에서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오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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