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 포인트, 공천권 향배…어느 한 쪽은 멸족?

2017년 7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당원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 투표를 위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여야 5당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머물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난 6·13 지방선거 대참패로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직후 들어선 비대위 체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 및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임에 따라 2개월 후면 비대위 체제와는 안녕을 고하게 된다.


한국당 안팎의 관심은 누가 제1야당의 새 당 대표로 뽑힐 것인가 여부다. 신임 당 대표는 2020년 있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들에겐 꽤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어디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는 인사들뿐이랴. 한국당을 대표하는 친박·잔류파와 비박·복당파 등 각 계파진영도 공천학살을 당하지 않으려면 사활을 걸고 전당대회라는 전쟁터에 뛰어들 것이다. 정치권의 이목이 제1야당 전당대회에 쏠려 있는 이유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친박과 비박, 각 계파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벼랑 끝 승부가 점쳐지는 제1야당 전당대회를 미리 전망해봤다.


다음 지도부가 뒤집으면 그만인 인적쇄신?


2월 당권경쟁 ‘승패’→‘전부’ 아니면 ‘전무’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 15일 ▶2016년 20대 총선 공천 파동 ▶최순실 사태와 국정 실패 ▶바른정당 분당 사태 ▶지방선거 패배 ▲1심 유죄 판결 등의 책임을 물어 21명의 현역의원을 당협위원장직에서 박탈하거나 향후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배제키로 했다.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거나 공모에서 배제키로 한 21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친박계는 최경환·홍문종·윤상현·원유철·김정훈·김재원·이완영·이우현·곽상도·엄용수·윤상직·정종섭 의원 등 12명이다.


비박계는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김용태·이군현·권성동·이종구·홍문표·홍일표·황영철·이은재 의원 등 9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띠는 대목은 조강특위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이 인적쇄신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김 의원은 조강특위 위원들에게 ‘내가 직을 유지하면서 동료들에게 칼을 댈 수 없다. 나를 먼저 쳐 달라’며 셀프 청산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적쇄신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강특위 수장 스스로가 희생의 정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인적쇄신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됐던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기본적으로 비대위의 인적청산 작업 자체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며 “우파 지지자들이 분열되지 않고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중심에 우리 당이 우뚝 설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번 교체 작업이 국회의원 공천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차기 지도부 권한을 침범한 월권이고, 무관한 교체라면 당 쇄신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며 쓴 소리를 빼먹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조강특위를 통해 인적쇄신을 단행한 비대위 결정에 크게 반발을 하진 않았다.


물론 홍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비대위와 각을 세워봤자 득 될 것도 없거니와 차라리 내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신임 당 대표에게 이번 비대위의 결정을 뒤집는 등의 기대를 걸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김병준의 ‘고뇌에 찬 결단’, 하지만...


실제로 이번 비대위의 인적쇄신은 차기 당 대표 및 새 지도부가 ‘구제해주겠다’는 식으로 뒤집으면 그만이다.


일각의 이런 발상에 대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부에서 다음 지도부가 이번에 (당협위원장직 및 공모에서)배제된 분들에 대해 마음대로 (구제)할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기사를 쓰는 분들도 있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보이지 않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마치 이번에 내린 결정이 아무것도 아닌양 폄하하는 그런 보도를 볼 때 가슴이 아프다”며 “아직도 우리 정치를 그 정도 수준으로 밖에 안보고, 그야말로 우리 정치에 대한 폄하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사실을 거듭 이야기 드린다”고 했다.


이번 인적쇄신이 김 위원장의 ‘고뇌에 찬 결단’이 녹아든 결과라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했더라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처리에 시간을 끌지 말았어야 했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합의 하루 만에 딴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국정 농단으로 감옥에 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셨던 친박들은 통렬한 반성과 함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천권 쥔 무소불위의 당 대표


더욱이 현실 정치는 그리 감성적이지도 않고, 녹록치 않다는데 있다.


숱한 이해관계와 정략적 판단이 난무하는 현실 정치에선 차기 당 대표 및 지도부가 비대위 결정을 뒤집는다 해도 그에 대한 반발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 대표는 2020년 4월에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현역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새 지도부가 비대위의 결정을 뒤집는다고 해도 감히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직전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무성 당시 대표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취지로 국민공천제(상향식공천)를 주장했지만,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 최고위원들의 ‘진박 내려꽂기’ 전략공천에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차기 당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딴지를 걸 청와대도, 눈치를 살필 대통령도 없다.


특히 현행처럼 당 대표 권한이 강화된 단일성지도체제가 유지될 경우 당 대표는 공천권을 무기로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사활 건 전쟁터


이에 따라 당 대표가 어느 계파를 등에 업고 당선이 됐는지 여부에 따라, 반대계파 인사들은 공천학살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친박계 지지로 당선된 당 대표일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에 찬성한 또 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일으킨 뒤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한 비박·복당파 인사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친박 인사를 수혈할 것으로 보여진다.


반대로 비박계 지지를 등에 업은 당 대표일 경우 박 전 대통령을 잘못모신데 대한 통렬한 반성도 없고,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등 틈만 나면 ‘박근혜’ 이름 팔아 당 분열을 조장하는 친박계를 이참에 폐족으로 전락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을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차기 전당대회를 치르고 난 후 공천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친박과 비박, 어느 한쪽은 공멸할 운명에 처해질 것이란 얘기다.


이러한 분석은 다소 극단적 시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친박과 비박 간 계파갈등은 도저히 고쳐지기 힘든 불치병에 비유될 만큼 어느 한쪽이 공멸되지 않는 한 한국당은 당내 분열 위험성을 계속 안고 가야만 한다.


따라서 볼썽사나운 계파갈등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친박이든, 비박이든 과감한 인적청산 시도는 불가피 해 보인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는 총성만 없다뿐이지 당권을 탈환하려는 친박과 당권을 사수하려는 비박 간의 사활을 건 전쟁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계파 필승카드 ‘황교안 VS 오세훈’


친박의 차선책 ‘정우택 VS 오세훈’


친박 대표선수 황교안…비박 대표선수 오세훈


전당대회를 2개월여 앞둔 현재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자에 이어 김성태·정진석·주호영·정우택·심재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 등이 자천타천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데, 홍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총리 역시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다만, 전당대회 전초전 격인 원내대표 경선 패배로 위기에 몰린 비박계가 대대적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열성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를 ‘필승카드’로 전당대회 무대에 세울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1년 10개월 만에 복당한 오 전 시장의 경우 옛 바른정당 창당 멤버란 이유로 비박·복당파 당권주자로 꼽힌다.


한국당 안팎에선 오 전 시장 복당에 비박계의 ‘지지 약속’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비박계가 비교적 중립적이고 화합을 모토로 삼는 오 전 시장을 내세워 우회상장 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전당대회는 ‘황교안 VS 오세훈’의 대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심과 당심은 같이 간다”며 “여론조사 상으로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지지율이 높지 않느냐,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보수진영의 미래에 대한 투자성격”이라며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의 한판승부를 점쳤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위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세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나경원 당선 막후 역할…당권은 정우택, 대권은 황교안?


한편에서는 황 전 총리가 아닌 정우택 의원을 친박 당권주자로 지목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권주자인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나오겠나”라며 “친박과 비박 모두 벼랑 끝에선 심정으로 싸울 텐데, 황 전 총리가 자신의 이미지에 생채기를 낼 전당대회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경선에서)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는데 막후 역할을 했던 사람이 정우택 의원 아닌가”라며 “당 대표는 정우택, 대권주자 황교안 이런 식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의 언급대로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 의원은 친박 성향이 강한 인사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나머지 잔류파 인사인 나 원내대표를 내세우기로 했고, 나 원내대표 러닝메이트로 범친박인 정용기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붙여주는 등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에서 나 원내대표를 당선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함에 따라 정 의원은 친박 당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황 전 총리 입장에서도 대권에 나서기도 전에 자칫 상처 입을 걱정을 덜게 된다는 점에서, 정 의원이 당권을 잡고 황 전 총리를 대권주자로 옹립하는 식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앞서 언급한 장성철 공·론 센터 소장은 “전당대회가 ‘정우택 VS 오세훈’의 대결이란 분석도 있지만, 정 의원이 과연 보수의 얼굴인지는 또 보수를 이끌어갈 지도자감인지는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다소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우택 의원,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마가편’ 친박계 VS ‘절치부심’ 비박계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힘이 빠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와는 반대로 친박의 기세는 높아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선을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우위를 점했다 하더라도 최대 승부처인 전당대회까지 낙승을 장담할 순 없다. 따라서 친박계는 원내대표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할 것이다.


비박계는 원내대표 경선 패배를 절치부심 삼아 필사적인 세 결집을 통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좌우할 키를 쥐고 있는 건 민심이자 당심이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 대표 보수정당을 한 결 같이 지지해왔던 정통 보수층과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라는 중도보수층의 선택에 따라 승리의 향배가 갈릴 것이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보수정당이 박근혜 이름 팔아 호가호위하는 세력에게 장악된다면, 아마도 집권당과 바른미래당은 내심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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