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맛은 없지만 싸서 먹는다’던 냉동식품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1인 가구와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냉동·운송 시스템의 발전으로 제품도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과거 ‘값싸고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냉동식품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연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냉동밥·냉동볶음밥을 혼자 식사대용으로 먹는다’는 응답자는 전체 38.2%를 차지했다. 1인가구의 경우, ‘가정식대체식품(HMR)이 장바구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답변은 48.1%에 달했다.


이같은 열풍이 이어지자 식품유통업체들은 고품질의 냉동식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냉동만두로 대표되던 과거 시장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이 최근 1년간 국내 5000가구의 실제 구매 기록을 분석한 결과, 냉동식품(냉동만두 제외)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6.4%를 기록했다. 상온식품(23%), 냉장식품(8.5%)을 앞지른 기록이다.


현재 냉동식품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냉동만두의 매출성장률이 3.7%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음에도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냉동식품의 제품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냉동면 4종은 출시 한 달여만에 누적매출 15억원을 돌파했다.


과거 냉동면은 라면을 포함한 유탕면과 튀기지 않은 생면을 앞세운 냉장면에 밀려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냉동면 시장규모는 100억원 미만으로 2000억원 규모의 냉장면 시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HMR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차세대 면시장을 이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HMR) 냉동면’ 브랜드의 매출을 2020년까지 1000억원대 규모로 키워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해외 시장 선점도 계획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상명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비비고의 한식, 고메의 파스타와 동남아 면요리 등으로 고품질 4세대 냉동면 시장을 이끌고 K-누들로 한식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냉동식품 시장, 외식시장까지 장악?


냉동식품 시장 중에서도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냉동피자 시장이다.


지난 2016년 114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이 시장은 올해 9월 기준 1010억원으로, 78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2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가 2016년 5월 냉동피자 4종을 출시한 이후 이 시장에는 사조대림, CJ제일제당 등이 줄줄이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도 현재 오산 공장에 냉동피자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경쟁에 동참할 계획이다.


냉동피자가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서는 냉동식품이 외식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소비트렌드가 ‘가성비’인 만큼 충분히 시장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오뚜기 페퍼로니피자 등의 가격이 5980원(이마트 온라인몰 기준) 수준으로, 1997년 출시된 냉동피자의 가격이 4900원~55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HMR 시장은 보편화되는 반면, 피자 외식시장은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냉동식품이 외식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키움증권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냉동피자 시장이 외식피자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식피자 시장이 정체된 것과 달리 (냉동피자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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