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2018년은 스포츠와 함께 전 국민이 울고 웃었던 한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화려한 개막식부터 피파 랭킹 1위의 독일을 꺾었던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 숙적 일본을 대파하고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영광적인 순간까지 올 한해 대한민국은 스포츠와 함께 유난히도 뜨거웠다.


세계무대에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부상의 아픔을 딛고 메이저리그로 성공적으로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병역문제를 해결하고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손흥민, 베트남 전역에 ‘박항서 신드롬’을 전파하고 있는 베트남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까지 세계에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인 한 해였다.


위기의 순간 반전의 드라마를 쓴 한국 축구


자랑스런 한국인, 국위선양한 스포츠 스타들


동·하계 올림픽·패럴림픽 모두 개최한 최초의 나라 ‘대한민국’


올해 3월 대한민국은 세계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하계패럴림픽에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유치한 한국은 동·하계 올림픽을 함께 개최한 사상 최초의 나라로 기록됐다.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유치한 이번 대회는 개막 전 우려와 달리 대회 운영과 흥행, 기록에서 모두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드론 등의 기술을 선보이면서 ‘스마트 올림픽’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도 테러 없는 최고의 ‘안전 올림픽’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최고 수준의 경기장 운영을 통해 빙상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 3개와 올림픽 신기록 25개가 갱신되는 풍성한 기록 사냥 대회로 남았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역대 가장 많은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영미열풍’의 주인공 여자컬링팀부터 앞도적인 경기력으로 사상 첫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낸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 8번의 올림픽 중 6번의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까지 선수들의 투혼이 빛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피파랭킹 세계 1위 누른 ‘태극전사’…“아쉽지만 잘 싸웠다”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은 한마디로 ‘졌지만 잘 싸웠다.’ 한국 태극전사들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피파랭킹 1위 독일을 만나 극적인 2-0 승리를 거뒀다.


경기 직후 외신들은 ‘기적’이라는 단어로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전했다. 그야말로 0%에 가까운 확률로 거둔 승리였다. 독일전 승리로 분위기가 반전되긴 했지만, 유독 이번 월드컵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한국의 소위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 들어, 독일·멕시코·스웨덴 등 각 대륙의 축구 강호들과 대결했다.


16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했던 스웨덴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특히 ‘유효슈팅 0개’라는 기록은 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 멕시코와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도 1-2로 패해 위기에 몰렸다.


2점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독일전에서 한국은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손흥민(토트넘)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아쉽게 조 3위에 그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F조 최하위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대표팀은 16강 진출보다 값진 1승을 거뒀다.


위태로운 아시아 ‘스포츠 강국’ 자리…日에 밀려 종합 3위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 49개, 은 58개, 동 70개를 획득해 최종 순위 종합 3위로 일정을 마감했다. 당초 개막 전에 세웠던 금메달 65개 목표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친 수준이며, 6회 연속 종합 2위이라는 목표도 일본에 뒤져 좌절됐다.


특히 태권도, 양궁 등 금메달 효자 종목들에서 줄줄이 부진하면서 한국 스포츠 전반에 걸친 수술이 불가피함을 드러냈다. 아쉬운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맥 논란’과 ‘병역혜택 논란’ 등에 휩싸였던 남자 축구와 야구는 예선에서의 충격패를 딛고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말레이시아와의 E조 조별리그 2차전 패배를 딛고 일어서 16강에서 숙적 이란을 2-0으로 꺾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대만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타선의 침묵 속에 1-2로 석패한 후 병역혜택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대만 대표팀이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었기 때문에 KBO리그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의 패배는 한층 더 충격적이었다. 이 후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을 5-1로 격파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남자 축구와 야구는 같은 날 나란히 일본과 결승에서 격돌했다. 남자축구는 연장 전반에 터진 이승우, 황희찬의 골에 힘입어 혈투 끝에 일본을 2-1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좌완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호투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의 쐐기포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의 부활


그동안 부상으로 부진했던 LA다저스 류현진이 올해에는 완벽 부활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첫 등판에서 3.2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1볼넷 8탈삼진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네 경기에서 3승 무패 24.2이닝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했다.


이후 갑작스런 하체 부상으로 잠깐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지만, 8월 말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은 복귀전부터 놀라운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올해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정규시즌 15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의 뛰어난 기록으로 팀의 지구 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반기 부진했던 다저스는 후반기 류현진의 부상 후 복귀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팀의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일궈냈다. 팀에서 4명만 뛸 수 있는 포스트시즌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간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한 최초의 한국인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영광스러운 시즌은 보냈다”며 “좋은 팀과 동료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다저스와 6년 계약 만료 후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앞으로 1년 더 다저스와 함께 할 예정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자격을 얻는 류현진의 내년 목표는 20승이다.


류현진은 “선발투수에게 20승이라는 기록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부상이 없어야 하고, 많은 이닝을 던져야 만들 수 있는 기록이라 그렇게 잡았다”고 말했다.


SK 와이번스,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SK 와이번스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지난달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8년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5-4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2위 기록한 SK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한 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 마저 제압해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SK 2번타자 한동민은 6차전 연장 13회초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내내 두팀은 역전에 재역적을 이어가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8회에는 두산이 양의지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4-3으로 1점 차이로 리드하고 있었으나, 9회 SK에 기적이 찾아왔다.


타격 부진을 겪고 있던 최정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조쉬 린드블럼의 포크볼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두산이 먼저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두산은 연장 11회 2사 후 오재원과 김재호의 연속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류지혁이 2루수 땅볼로 득점 기회를 놓쳤다.


위기를 넘긴 SK는 연장 13회초 한동민이 두산 9번째 투수 유희관의 시속 129㎞짜리 직구를 받아쳐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리드를 잡은 SK는 13회말 에이스 김광현을 올려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끝나지 않은 베트남 ‘박항서 열풍’


베트남은 말 그대로 ‘박항서 열풍’이다.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하노이, 호치민 등 주요도시는 길거리 응원 열기로 뜨겁다. 박항서 감독은 올해 한국 축구계의 가장 큰 반전의 인물로 꼽힌다. 한국 축구계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그가 한순간에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은 2018년 내내 베트남 축구 돌풍을 이끌어 오고 있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파란을 일으킨 데에 이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팀을 4강까지 이끄는 등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도 ‘박항서 매직’은 여전하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한 베트남은 라오스와의 첫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격파했다. 3차전에서는 미얀마와 0-0으로 비겼지만 4차전에서 캄보디아를 완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스즈키컵 기간 내내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든 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선수를 자식처럼 챙겨 ‘파파리더십’이라고 불리는 박항서 감독의 미담도 연일 화제다.


베트남 언론매체들은 박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미담을 전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때는 한 선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8초짜리 동영상이 관심을 받았다. 박 감독이 마사지기로 베트남 선수의 발을 정성스럽게 문지르는 영상이었다. 베트남 선수들은 인간미 넘치는 박항서 감독을 ‘짜(Cha)’, ‘타이(Thay)’라 부른다. 베트남어로 ‘아빠’, ‘스승’ 등의 뜻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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