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 초청 관련 혁신모임 '통합·전진' 10차 회의에서 나경원(오른쪽), 유기준 원내대표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정부여당을 향해 ‘들개 야성’을 한껏 뽐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2월 11일 종료된다.


이에 따라 제1야당 차기 원내사령탑을 선출하는 원내대표 경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이번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친박과 비박의 대결로 귀결된다.


명실상부 친박 대표주자인 유기준 의원과 중립이라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둔하고 나선 나경원 의원이 범친박 후보군으로,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영우 의원 및 강석호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뤄낸 김학용 의원이 비박계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범(凡)친박 나경원 VS 비박 김학용’ 의원의 양강대결을 점치고 있다.


‘나경원 VS 김학용’, 양강구도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친박 대표주자가 유기준 의원이 아니라 왜 나경원 의원인지, 그리고 원래 비박으로 분류됐던 나경원 의원이 왜 범친박 후보로 꼽히고 있는 지다.


나경원과 친박, 정략적 의도 맞아떨어졌나?


비박계는 당초 유력주자로 지목됐던 강석호 의원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를 이뤘다.


둘의 단일화와 상관없이 김영우 의원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강석호 의원의 양보를 얻어낸 김학용 의원이 비박 대표선수로 꼽힌다.


친박에서는 당초 유기준 의원이 대표선수로 차출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 시기가 다가올수록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이 비박 대표선수에 맞설 범친박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의원은 원래 친박과는 거리가 먼 인사였다. 친박과는 앙숙이던 친이계 출신으로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당시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랬던 나 의원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친박 핵심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여러 논란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계실 정도로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형사재판중이나 거기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 여론과는 다소 동떨어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 의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발언으로 읽혀진다.


탄핵 정국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놓고는 이제 와서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결국 친박을 포섭하기 위한 정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국당 일각의 지적이다.


친박계에서는 친박 색채가 짙은 유기준 의원의 경우 ‘도로 새누리당’, ‘도로 친박당’, ‘도로 박근혜당’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상기시킬 우려가 크지만, 나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분당과정에서 당에 잔류하기도 했거니와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비박계 출신인 나 의원이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되면 계파 간 갈등도 누그러지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나 의원도 지난 28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을 끝내고 하나 된 목소리로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의 몹쓸 불치병으로 지적되는 계파갈등이 불식될지는 미지수고, 친박을 등에 업고라도 제1야당 원내사령탑에 오르고 싶어 하는 나 의원과 다소나마 친박 색채가 옅은 후보를 밀어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친박과의 정략적 의도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득권’만 대변하는 한국당?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9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6일~28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 9104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8명(무선80 : 유선20)이 응답을 완료한 11월 4주차 주중집계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3.2%p 내린 48.8% 기록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는 9주 연속 하락으로 취임 후 첫 40%대로 떨어진 것이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3%p 오른 45.8%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데 반해, 한국당은 3.3%p 오른 26.2%로 5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25%선을 넘어선 것인데, ‘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라며 자신들이 당을 이끌 ‘적임자’라 주장했던 친박계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만큼 한국당은 이에 대한 반사효과를 누리게 됐는데, 한국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밀고 있는 인사가 원내대표에 오를 경우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감이 나온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적용하고, 국고로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부당 사용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야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대표발의 했다.


박용진 3법 처리에 대한 여론이 높은 마당에 한국당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주장을 반영해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시설사용료를 지원해주고 ▶국가 지원금은 에듀파인으로, 학부모 분담금은 일반회계시스템을 이용하는 분리 회계 방식을 도입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여론의 반발을 샀다.


자녀를 유치원에 볼모로 잡힌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는 ‘기득권’이란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한유총의 요구를 수용해 이 같은 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니 한국당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고, 보수우파는 ‘기득권 진영’이란 소리를 듣는지도 모르겠다.


사학집안 출신 원내대표가 ‘유치원 3법’ 처리에 동의할까?


이런 상황에 범친박 대표후보로 지목되는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다면 ‘박용진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 쪽에 사립재단에 관계되신 분들이 있다. 나경원·장제원·홍문종 의원이 계시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당에 사학재단에 관계된 인사들이 있는데, 이들 때문에 유치원3법을 처리 안 해주는 게 아니냐는 우회적 질타였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나 의원의 경우 사학재단 집안 출신이다.


나 의원의 부친이 화곡중학교와 화곡고등학교, 화곡보건경영고등학교 등을 운영하는 홍신학원 이사장이고, 나 의원의 동생은 홍신학원이 운영하는 학교 부지 안에 있는 홍신유치원 원장이다.


따라서 사학집안 출신인 나 의원이 제1야당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되면 결국 유치원 3법 처리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처럼 기득권층만 대변한다는 ‘웰빙(Well-being)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면서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정당에 과연 민심이 지지를 보낼지, 21대 총선에서 표를 줄지는 의문이다.


“지금 한국당엔 강력 대여투쟁과 보수대통합을 이끌 인물이 필요하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차기 원내대표 향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보수재건 또는 보수대통합을 위한 결기보다 친박과 비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정치를 하는 인사가 되어선 결코 미래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해 보수궤멸 위기인 상황에 웰빙 정당으로의 회귀는 절대 안 된다”며 “한국당은 지금 겉만 번지르르하고 신뢰가 없는 정치인이 아니라 강력한 대여투쟁과 분열된 보수우파진영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기준 의원이 아니라 나경원 의원이 범친박 대표주자로 부상한데 대해선 “친박 성향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박 색채가 옅은 사람을 당 얼굴로 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그래도 비박은 안 되기 때문에 나 의원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원내대표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유기준 의원의 힘은 빠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