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국내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홍역을 치뤘던 제너럴모터스(GM)가 이제는 스케일을 키워 북미 5곳,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에 대한 가동 중단 및 1만4,000여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나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경영악화가 아닌 향후 시장 전망에 따른 선제대응 조치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노조의 비난이 거세다.


GM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북미 공장 5곳 등에 대해 가동중단을 선언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하오이주 로즈타운,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의 조립공장 3곳과 미시간주 워런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2곳의 변속기 공장이 그 대상이다. 다만, 해외 공장 2곳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GM은 2020년말까지 연간 60억달러(약 6조 7,740억원)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 공장에 대한 계획만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다, 해당 5개 공장에는 총 6,7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GM은 간부급 25%, 사무직 15%(8000여명) 등 총 1만4,000여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GM 북미 사업장의 전체 근무자 수는 12만4,000여명이다. 11,2%에 해당하는 거대 인력감축 계획을 밝힌 셈인데 이는 금융위기로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던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때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미국 경제가 호황이며 GM 경영은 위기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 있다. GM이 내세운 이유도 마뜩찮다.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구조조정 계획발표 당일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 등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고 GM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며 “회사와 경제가 강한 지금이 이에 대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논리에 방점을 찍은 셈인데, 기업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원성을 사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나 GM이 공장 가동중단을 선언한 오하이오, 미시간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부양 등을 강조하며 표를 얻었던 ‘러스트벨트’의 핵심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기자들과 만나, 바라 CEO와의 통화했다며 “좋지 않다”, “기분이 나쁘다” 등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GM에게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과 그 외 많은 사람이 있다”고 곧장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도 “모든 법적 조치와 단체 교섭권” 등을 언급하며 GM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GM의 이같은 대규모 구조조정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당일 뉴욕증시에서 GM의 주가는 전일 대비 4.79% 상승했다.


GM이 가동중단을 선언한 조립공장 3곳은 쉐보레 크루즈ㆍ볼트ㆍ임팔라, 캐틸락 CT6, 뷰익 라크로스 등 최근 북미 시장에서 SUV에 밀려 수익성이 떨어지던 세단 생산 공장이다.


다만, 최근 GM이 보여 온 행보는 기업의 도의적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09년 파산 위기에 처 했던, GM은 미국 연방정부 구제금융 지원을 통해 회생했다. 자사의 위기 때는 자국의 세금지원을 받아 살아났으면서도,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자국의 일자리 문제 등 국가경제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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