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GS칼텍스는 최근 ‘착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유류 가격을 담합하는가 하면, 차명으로 소유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다 적발돼서다.


GS칼텍스가 그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윤리 경영’을 공공연하게 주창해온 만큼, 이번 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 등 국내 3개 정유?물류 업체가 주한미군 유류납품가 담합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해 총 2670억원의 벌금과 배상금을 물게 됐다.


미 법무부는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주한미군을 상대로 10년 이상 유류 공급가격을 고정하거나 입찰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 담합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 육군과 해군, 해병대, 공군에 대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사는 다른 정유?물류 회사들과 함께 사전에 각자 어떤 계약을 따낼지 공모한 뒤 미군 연료계약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은 약 1130억원 수준이다.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유죄가 인정된 이들 업체에는 총 929억원의 벌금과, 1745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금이 부과됐다.


업체별 배상금은 SK에너지 1024억원, GS칼텍스 651억원, 한진트랜스포테이션 70억원이다.


앞서 GS칼텍스는 9년간 차명으로 예선업체인 ‘남해선박’을 보유하고 ‘일감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했다가 해양경찰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로 신고하는 등 위장 자회사를 운영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다.


현행 선박입출항법에는 원유?액화가스류?제출원료?발전용 석탄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유조선 1척이 입항할 경우 통산 4~6척의 예인선이 필요한데 GS칼텍스는 자신들이 내세운 예선업체에 2~4척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를 다른 예선업체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뒷돈이 오간 혐의도 제기됐다.


해경은 예선업체를 허위로 등록한 뒤 운영하며 특혜를 제공한 GS칼텍스 전 본부장 A씨(64)와 전 수송팀장 B씨(53), 예선업체 대표 C씨(64) 등 10명을 선박출입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가격담합이나 위장 자회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등의 불법행위는 GS칼텍스가 그간 강조한 윤리경영에는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최고경영진인 허진수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GS칼텍스는 지난 8월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담은 ‘2017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선언이 무색하게도 뒤로는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GS칼텍스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사적으로 윤리경영 및 자율준수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GS칼텍스가 다시금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논할 수 있을지는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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