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반도체로까지 번졌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D램 업체 푸젠진화에 반도체 장비?소재 수출을 막았다.


푸젠진화의 새로운 칩 제조 능력이 자국의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 업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번 조치로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 기업의 생산장비, 소프트웨어 수출, 기술이전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푸젠진화는 내년부터 D램을 양산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16일 ‘반독점법 시행 10주년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3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엉뚱하게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앞세워 2025년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부문에 10년간 15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그 일환으로 중국 3대 반도체 업체 중 한 곳인 푸젠진화는 내년부터 D램 양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제동이 걸렸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생산기계 비중이 전체의 28%에 달해 생산장비 공급에 난항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제재의 영향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 빅 3사의 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를 두고 “큰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후 규제나 법적 처벌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반독점 조사를 빌미로 미국 마이크론사에 규제를 시작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이더라도 한국 업체에 대한 몽니는 인력 빼가기 등의 형태로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반도체 사업의 특성 상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 미중 분쟁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나쁘지 않은 환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인 DDR5 개발에 성공하며 중국 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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