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손해보험사계의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손보사들 수익구조에서의 대리점 영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 돼 현재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 백화점으로 통하는 독립법인대리점(GA)의 등장 등 여러 추세에 맞춰 대리점 영업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 셈인데 향후 이 비중을 더욱 확대할지 축소할지에 대한 손보사들의 판단은 관망세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 대리점 영업 확대는 어느새 트렌드가 됐다. 다만, 대리점 영업확대와 동시에 소비자 불만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라 손보사들의 향후 방침에 대한 설계가 주목되고 있는 것.


6일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가 금년 1~6월 벌어들인 원수보험료(32조1784억원) 중에서 대리점 판매 점유율은 49.8%(16조209억원)로 조사됐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계약 체결 이후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를 지칭하는 용어로, 손보업계의 시장 점유율을 들여다볼 때 자주 이용되는 지표다.


빅5 손보사의 최근 추세를 보면 보험료 수입에서의 대리점 판매 비율이 50%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관측된다. 금년 상반기 이들 손보사의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대리점 판매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49.1%) 대비 0.7%포인트 오른 수치다.


손보사별로 보면 대리점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현대해상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의 금년 상반기 원수보험료(6조7831억원) 중 대리점 차지 비율은 61.1%(4조4146억원)다. 1년 전(60.3%)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 대상 손보사들 중 60%를 넘긴 곳은 지금도 현대해상이 유일하다.


현대해상 다음으로는 메리츠화재가 높았다. 메리츠화재는 원수보험료(3조4486억원) 중 대리점이 점유 비율이 57.5%(1조9822억원)다. 특히 이는 작년동기(54.3%)대비 3.2%포인트 높은 수치로, 5대 손보사들 중 상승폭이 가장 크다. 이외에 앞선 상반기 KB손보는 55.8%, DB손보는 50.4%의 원수보험료가 대리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조적으로 손보업계 선두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월등히 낮은 대리점 의존도를 보였다. 삼성화재의 금년 상반기 원수보험료(10조1501억원) 중 대리점 판매 점유율은 36.0%(3조6530억원)에 머물렀다.


대리점 영업 독려할 것이냐 말 것이냐…‘대리점 수수료’ 방침


이는 손보사들의 내부지침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손보사들의 대리점 수수료 격차가 관건이다. 이 수수료는 보험사들이 대리점의 상품 판매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으로, 회사 규모 대비 이 금액이 클 경우 그 만큼 대리점의 영업을 독려하는 셈이다.


실제로 금년 상반기 대리점에 대한 지원이 가장 컸던 현대해상은 앞서 지적했듯 대리점에 대한 원수보험료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현대해상이 금년 1~6월에 쓴 대리점 수수료는 2188억원으로 빅5 손보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2000억원 이상을 나타냈다. 현대해상은 작년동기에도 1970억원으로 가장 대리점 수수료가 많았는데 금년 상반기 금액은 이보다 11.1%(218억원) 더 증가한 액수를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남다른 대리점 영업 비중 상승도 이처럼 수당 지원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메리츠화재의 금년 상반기 대리점 수수료 비용은 1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7억원) 대비 107.7%(675억원) 급상승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삼성화재의 대리점 수수료 지출은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동 기간 삼성화재의 대리점 수수료는 1913억원에서 1937억원으로 1.3%(2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외에 DB손보는 1784억원에서 1955억원으로, KB손보는 1302억원에서 1395억원으로 각각 9.6%(171억원)와 7.2%(93억원)씩 대리점 수수료가 증가했다.


보험 백화점 GA, 실적 도움되지만 소비자 불만도 속출


손보업계에서 대리점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보험 백화점으로 통하는 독립법인대리점(GA)을 거치는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운용하는 보험 대리점,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데 모아 놓고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GA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모집 가능한 전속 설계사와 다르게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활용해 영업을 할 수 있어, 최근 보험 판매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GA의 방식은 고객 불만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GA들 사이의 경쟁과열이 영업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불완전판매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작년 GA의 보험 신계약 건수 대비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이는 전체 판매 채널 평균(0.22%)을 상회하는 수치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0.19%라는 점과 대조해보면 상당히 눈에 띠는 지점일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대책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향후 GA들의 추가 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꾸준한 경고에도 GA와 관련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보험 대리점들을 향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GA판매 영향력이 원수 보험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인 만큼 손보사들이 대리점 영업에 대해 지원을 늘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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