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보다 임종석 먼저 만나 비건…남북관계 개선 속도 조절 요구?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미간 대북공조 논의를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당분간 남북경제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다음달 9일께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카운트파트인 북한 김영철이 고위급회담을 갖기로 했는데, 그 전까지는 남북경협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30일자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잇따라 면담을 가졌던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각종 남북경협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다음달 9일 전후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김영철이 뉴욕에서 미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란 게 <채널A>의 관측으로, 미북 대화에 소극적인 북한을 향해 남북경협 카드를 협상 지렛대로 쓰겠단 의도로 분석됐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선순환 측면에서 남북경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단 미국과 공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속도를 냈던 남북경협은 다음 달 미북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멈춰 서게 됐다.


비건 특별대표가 조명균 장관을 만나 미북 고위급회담 전까지 ‘남북경협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는 <채널A>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오늘 조명균 장관이 비건 특별대표를 접견시, 비건 대표가 11월 9일까지 남북경협 중단을 요구한 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어 “조명균 장관은 비건 대표를 접견하고 최근 남북관계 현황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최근 남북 간 회담과 교류협력 사업 진행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지속적으로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 장관의 이러한 설명에 비건 대표는 감사의 뜻을 전하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함께 진전될 수 있도록 미국도 적극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다”는 게 통일부의 주장이다.


한편,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에서 외교·안보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먼저 만난 것은 이례적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는 미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인사가 청와대 안보실장이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장이라 판단하고, 임 실장에게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비핵화에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등 남북관계 개선에 가속 페달을 밟다보니,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 실장을 직접 만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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