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규제 완화…‘반복의 역사’

[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정책이 있다면 단연 ‘부동산 정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수준, 수요와 공급, 대출 범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높이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역대급 규제’를 앞세운 부동산 정책들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가라앉기는커녕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수차례 수정한 끝에 이제야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그동안 정부는 어떤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는지 <스페셜경제>가 짚어보기로 했다.



가계부채 급증·갭투자 성행…주요 원인은?
부동산 시장, 안정세 보이나…향후 전망 ‘눈길’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로 표현할 수 있다. 임기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경기 역시 침체기에 들어서자 금리 인하와 함께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던 탓에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 및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강남 3구 외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토지투기지역 해제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 폐지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 ▲미분양주택 양도세 한시적 감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모든 제한을 ‘해제’, ‘완화’, ‘감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소 일관적이지 않고 여러 차례 ‘남발’되는 부동산 정책 탓에 실물 경기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은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해야 할 시점에 이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강남 개포주공 1단지(전용면적 49㎡) 거래가격은 8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하로 ‘폭락’하는 등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불러왔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해야 할 명분을 남긴 것이다.


잇따른 규제 완화…집값 상승·가계부채 확대 원인 돼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는 부동산 시장 및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 강력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이에 따라 기존주택 양도세 5년 면제, 취득세율 영구 인하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실시했고 주택 시장의 거래량을 높이기 위해 ‘공급 억제’ 정책을 함께 시행했다.


규제 완화와 공급 억제를 함께 시행한 효과는 금세 나타났으며,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거래량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해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준공공 임대주택 ▲공공임대 ▲뉴스테이 ▲행복주택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균형 있게 이끌어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주택거래가 ‘급증’한 탓에 결국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집값마저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규제 강화’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임기 도중 탄핵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게 됐다.


‘보합세’ 보이는 부동산 시장, 일시적 현상 vs 안정세 돌입


문재인 정부가 잇따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결과, ‘고공행진’하던 서울 집값이 최근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움직이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과 “집값 하락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당장은 대출 규제로 고가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1월 이후 강남권역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입주하면 일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물량이 많아져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소득 수준이 높은 입주자들이 들어오고 전세금도 오르면서 주변의 집값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극심한 '거래 절벽'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시장의 대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꺾인 것은 9·13대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전체적인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 경기도 매우 나빠, 집값이 오를 동력(動力)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 역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이미 수십억원에 달할 정도로 오른 상황이라 가격이 부담스럽고, 보유하고 있으면 종부세 부담도 커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여타 경제 분야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 역시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시행하는 이유는 이전 정부로부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잇따른 규제 끝에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졌으나, 정부는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주택 시장의 균형을 되찾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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