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점은?…트럼프, 대북강경 모든 전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미국과 북한 양국을 오가며 수석협상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 덕에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차 방북에서 오찬을 포함해 5시간 30분 동안 북한 김정은과 면담을 했다고 한다. 면담에서는 비핵화 및 상응조치 관련 고차원 방정식을 풀기 위한 논의가 있었고,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직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김정은과)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폼페이오의 방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다’고 했다. 이처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됨에 따라 시기와 장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특히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11월 6일 이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 것인지에 따라 미북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이후에도 김정은이 핵 리스트 제출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군사훈련 재개 등 대북강경 모드로의 회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점과 미국 중간선거 그 이후에 대해 전망해봤다.


수석협상가 文 대통령의 중재외교‥美 사찰단 초청한 北


사찰단 초청, 속빈 강정?…野 “중간선거 이후 정상회담”


지난 8월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을 취소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을 통해 “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며 “왜냐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공세가 훨씬 강경해졌기 때문에 중국이 이전에 했던 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한데 미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면서 미북 간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들었고, 경색국면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으나, 중재외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활약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 문 대통령은 평양으로 날아가 9·19 평양공동선언을 이끌어냈고, 추석 명절 기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사찰…비핵화 시발점?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수석협상가 역할을 톡톡히 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덕분에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됐다.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의 당일치기 4차 방북이 성사됐는데,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 김정은과 오찬을 포함해 5시간 30분 동안 면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은 ‘미국이 6·12 싱가포르 회담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평양공동선언 내용을 바탕으로 비핵화 및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등을 폐쇄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의 검증·사찰을 수용하면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제제 완화 및 종전선언,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접점을 좁혔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직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김정은과)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고,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이 지난 5월 24일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인 해체를 확인할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의전과 수송 등의 문제가 합의되는 대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하게 될 것이란 게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이다.


따라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사찰 카드는 평양공동선에 명시돼 있는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로 이어지는 등 비핵화 조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여 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 직후 청와대를 방문했다.

실질적 비핵화와 거리 멀어…‘눈 가리고 아웅’


다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사찰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수차례 핵실험으로 인한 지반 약화로 이미 수명을 다해 어차피 폐쇄해야 했고,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 발사에 성공하면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같은 고정식 발사장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사찰단 초청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속빈 강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당·바른미래 “중간선거 전 정상회담 불투명…핵 신고 및 종전선언 타협 안됐을 것”


당초 미국은 핵무기·물질 및 시설 등 핵 리스트 신고를 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는 선을 긋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사찰단 초청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다소 거리가 먼 카드를 꺼내든 탓에 야당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폼페이오의 오늘 평양방문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미북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단의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상호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있어야 미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미북정상회담이 열려 북한 비핵화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했으나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중간선거전 미북정상회담은 불투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북정상회담 실무협상단의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종전선언만 갖고는 비핵화 진전은 절대 없다고 천명하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는 종전선언이나 제재 완화는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지난 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인데,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마 영변 핵시설 사찰과 무엇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또 종전선언을 대가로 (미국은)핵 신고를 요구했는데, 그 부분도 타결이 이뤄진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만약 중간선거 전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번에 시간과 장소가 발표됐을 것”이라며 “이번에 시간과 장소 발표가 안 된 것을 보면 아마 중간선거 이후에 북미정상회담이 될 것이고, 핵 신고 및 종전선언 이 문제에 대한 타협이 안 돼서 아마 중간선거 이후로 넘어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경제성과 내세우는 트럼프…정상회담 필요할까?


강경책 전환 가능성‥평창올림픽 이전으로 회귀?


文 대통령-靑-北, 정상회담 조기 개최 한 목소리


미국 중간선거 이후 2차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점치는 야당과는 달리 북한 매체와 청와대 및 문재인 대통령은 조기 개최에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2차 조미수뇌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또한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방문에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2차 북미회담도 가까운 시일 내 개최가 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은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을 이루도록 한미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청와대, 북한은 2차 미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힘을 실으며 이에 따른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중간선거 전 필수 조건?…아니어도 그만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시점이 미국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 이전이냐, 이후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중간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대화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북강경책으로 돌아설 수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간선거 직전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내면 금상첨화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만 놓고 보면 김정은과의 회담이 꼭 서둘러야 할 필수 불가결의 조건은 아니다.


성추문과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스캔들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경제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4.2%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지난 7~8월 두 달 연속 3%대에 머물고 있어 완전 고용 상태로 평가되는 등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실업자는 줄고 경제성장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 말 통과된 감세 법안은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로 인한 세금 감면액은 10년간 1조 5000억달러(약1684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탄탄한 경제성장률과 역대 최저수준의 실업률 등 경제성과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물론 2차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까지 이끌어내면 화룡정점을 찍겠지만, 굳이 무리해서까지 선거 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각종 스캔들 등 정치적 악재를 돌파하고자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중간선거 전까지 대북 유화정책을 유지만 해도 선거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캔사스주 토페카에서 오는 11월 6일 치러질 중간선거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을 경우→김정은, 한반도 위기 자초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간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북한이 핵 리스트 신고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리모드에서 다시 대북강경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 3일자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승리하든, 패배하든 김정은이 핵 리스틀 내놓지 않을 경우 선거가 끝나는 11월 이후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11월부터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된 내년 2~3월 사이 (한반도에)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서는 “김정은이 핵 리스트 제출과 같은 비핵화 행동을 계속 거부할 경우 (미국이)3가지 군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3가지 군사 시나리오와 관련해선 “▶서해북방한계선(NLL) 300km 밖까지 전투기 등이 진출하는 방안 ▶3개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방안 ▶북한 내 700~750곳을 타격할 물량만큼의 비행기가 참여하는 대규모 공군훈련을 실시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간선거 이후에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시계를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의 한반도 전쟁 위기 국면으로 되돌리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천명했던 것처럼 한반도의 확고한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미 고철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폐기로 비핵화가 순조롭게 잘 이뤄지고 있는 양 꼼수를 부리지 말고 핵 리스트 신고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게 우리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꼼수로 일관한다면 김정은 스스로가 또 다시 한반도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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