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양산하는 최저임금 패러독스[심층분석]
사회적 갈등 양산하는 최저임금 패러독스[심층분석]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8.07.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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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히지 못하는 간극…1만 790원 VS 7530원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한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한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다. 이는 전년도 최저임금인 6470원에서 16.4% 인상된 액수다. 그렇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나 될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정된 시한까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하고 있는 최저임금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 측에선 올해 최저임금보다 43.3% 인상된 1만 790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사 간 간극을 어느 정도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인상폭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살펴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득보다 실…속도조절 필요성↑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무산‥경영계 반발

작년 이맘때쯤이다. 지난해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157만 3770원이다.

최저임금위의 이 같은 파격적 결정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제 공약이었던 2020년 1만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경기는 2% 상승하는데 최저임금은 16.4%가 오르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최근 5년간 5~7% 오르던 인상률이 갑자기 16.4% 오르고 이러한 추세로 3년 간 54% 인상해 1만원을 달성한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줄줄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이점은 지난해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환영의 입장을 드러냈던 여당이 올해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논의가 치킨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보장이 필요하고, 이와 동시에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계 출신으로 친노동 성향인 여당 원내사령탑이 지난해보다 더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는 노동계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보단,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의 최저임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내년도 최저임금 43.3% 인상한 1만 790원

여당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문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노동계)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3.3% 인상한 1만 790원을 제시했다.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포함됐기 때문에 현행 최저임금보다 7.7% 높은 8110원을 기준점으로 놓고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2019년에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33%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8110원×133%=10790원)

최저임금 산입범위란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에 식대 및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즉,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상당히 감소했는데, 그 감소폭을 상쇄하려면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점은 7530원이 아니라 8110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기본인상'이 적힌 피켓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기본인상'이 적힌 피켓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촉구하는 경영계

이에 반해 사용자위원들(경영계)은 올해와 같은 7530원을 제시했다. 동결인 것이다.

올해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영세 상인들이 감당하기 힘들고, 또 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경영계는 그러면서 사업별·업종별로 서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헙회·한국무혁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9일 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반영해 사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10일 세종시 고용노둥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규모가 영세한 5인 미만 소상공인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시행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기타 개인서비스업 등에 분포한 도·소매유통업 중 사업규모가 영세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등화 방안이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만약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등의 요구가 외면당한다면 즉시 전국의 소상공인들과 함께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최저임금 미지급)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총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도 했다.

최저임금 차등화 무산…소상공인, 총 투쟁 예고

하지만 경영계의 바람과 달리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무산됐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 결과 찬성 9표, 반대 14표로 결국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은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3명이 참석했다. 따라서 공익위원 9명 모두 최저임금 차등화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무산되자 경영계는 11일 열리는 13차 전원회의부터 회의 참석을 보이콧하기로 해 파행을 빚게 됐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도 총투쟁을 예고한 만큼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했지만,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여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연합회의 요구사항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피켓이 책상에 놓여 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연합회의 요구사항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피켓이 책상에 놓여 있다.

野,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정부 역할 당부

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정부?…절충점 찾아야

역효과 우려하는 野…정부에 쓴 소리

야당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당부함과 동시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최악의 수준인 것을 비롯해 각종 고용지표는 우리의 경제 상황이 쇼크 상태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여기에 또다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더해진다면 우리 경제와 고용 상황에 견딜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각종 경제·고용 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만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노동단체를 중시하는 정부 기조 때문에 눈 감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현장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장은 일자리만은 살려내란 얘기를 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최저임금의 합리적 수준의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금년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우리 경제와 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악영향을 미쳤으며 임금상승에 의한 혜택을 받아야 할 계층의 일자리가 오히려 사라지는 역효과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기준선을 정하고 공표하는 것은 정부지만 임금을 지불하고 감당하는 것은 민간이고 시장이다”라며 “시장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을 줄이거나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러한 일을 방치하는 꼴이 돼선 안 된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 함을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관련 위클리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민 원내부대표,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김삼화 원내부대표.
지난 5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관련 위클리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민 원내부대표,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김삼화 원내부대표.

합리적인 최저임금은 얼마?

그렇다면 합리적인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일까.

최저임금위는 최근 지난 5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산업현장을 돌며 최저임금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을 들은 내용을 담은 ‘현장방문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자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하더라도 소폭 인상을 희망했다.

반면 근로자는 8000~9000원 선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9000원을 희망한 일부 근로자도 고용불안을 우려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도 제기됐다.

일부 근로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야간 업무 등이 줄어 그만큼 급여도 줄었다는 불만과 함께 생활물가도 올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8000원 안팎이 경영계와 노동계가 절충할 수 있는 합리적 최저임금이라 게 일각의 분석이다.

미·북 정상회담 중재했던 文 정부…탁월한 중재 능력 다시 한 번 과시할 때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에게 최저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86년 12월 31일 도입(법 제정·공포)돼 1988년 1월 1일부터 실시됐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 제32조 제1항에도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다보면 도리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노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대통령 공약에 함몰돼 올해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다보니 고용불안 가중과 임금감소, 물가상승,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줄을 잇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공약도 공약이지만, 노동계를 중시하는 정부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가면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향을 틀라는 게 아니다. 급격한 인상이 지속되면 올해와 같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크나큰 간극을 보이고 있는 노동계와 경영계.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중재했던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 번 탁월한 중재 능력을 과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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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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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재계를 담당하고 있는 취재 2팀 김영일 기자입니다.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모든 것은 하늘에 뜻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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