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는 바람에 상황이 악화됐다. 향후 한은이 어떤 통화정책을 추진해도 ‘정부의 입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탓이다.


당시 이 총리는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질의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며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가 한은의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 언급할 경우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총리의 금리 발언 직후 채권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는 오후 들어 전일 대비 4∼5bp(1bp=0.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바로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리에 관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뿐 아니라 경기와 물가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한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으며 향후 한은이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아도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총리의 발언이 전제조건이 된 이상 한은이 어떤 결정을 해도 통화정책이 불신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심지어는 ‘한은 책임론’마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용 부진, 부동산 시장 과열 등 잇따라 경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때문에 경기가 둔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전문가는 “이미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해 있던 한은이 더욱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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