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락세’를 보이는 대내 환경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들은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야말로 한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18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다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 7월에 경제전망을 내놓았을 당시와 달라진 상황을 다음달 발표하는 경제전망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7월에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8%에 그친데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자 결국 경제성장률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물가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1% 밑도는 건 지난 1999년 12월 이후 무려 18년 8개월만에 처음이다. 당시 IMF경제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밖에 각종 경제지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0.3%로 6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제조업 증가율은 0.6%, 건설업은 -3.1%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었던 수출마저 0.4%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저소득층은 물가는 오르는데 가계소득 성장률은 그에 못미쳐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연내 금리 인상을 추진하지 않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 지표가 반등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다음달 한은이 경제전망을 모두 하향 조정한다면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계속해서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1.50%)과 미국(1.75~2.00%)의 기준금리 역전폭은 0.50%에 달한다.


향후 미국이 9월, 12월에 각각 0.25%씩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바,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추진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폭은 1%에 달한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리 차가 1.0%포인트가 되는 순간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경기가 개선되지 않은 데다 오히려 하강하고 있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