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기사들 열악한 처우…‘고객 서비스’에도 영향 ↓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한 지역의 LG전자 서비스센터 AS 기사들이 ‘본사’가 위험수당을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는 다며, 에어컨 실외기 점검을 자체적으로 거부해 고객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사들은 고객에게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응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를 두고 LG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실외기 점검 등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따로 수당이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서 기사들이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 속에서 고객은 원인도 모른 채 고장 난 에어컨을 붙들고 최악의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처럼 고객들에 대한 사후 AS서비스가 형편없는 이유 중 하나가 기사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서비스센터 기사들과 관련한 ‘부당한 처우’ 문제는 올해 초부터도 꾸준히 불거져 나오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같은 전적이 있는 상황에서 AS 문제까지 불거지자, LG전자가 기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하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LG전자 AS서비스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한 논란을 짚어보기로 했다.



본사가 ‘미지급한’ 위험수당은 고객 몫?
피해 입은 고객 더 많을 것으로 예상 돼



지난달 30일 <본지>의 취재에 응한 A씨에 따르면 한참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반 가까이 LG전자 본사와 LG전자 서비스센터로부터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지난 7월 21일 부모님 집 에어컨에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LG전자 서비스센터 AS기사를 불렀다. 당시 에어컨은 온도를 18도로 설정해도 기온이 29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A씨는 고장이 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찾아온 기사는 에어컨 온도만 체크하고는 ‘별 다른 이상이 없다’면서 출장비를 받고 돌아갔다.


A씨는 “처음 온 기사님이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하셔서 부모님은 그 말만 듣고, 한 달 동안이나 폭염 속에서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은 에어컨을 끼고 버티셨다”면서 “그 때 당시 밖에 온도가 37도 38도를 웃돌 때 였다. 그런 상황에서 찬바람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에어컨을 돌리다보니 전기요금은 요금대로 내면서, 더위는 더위대로 견디셔야 했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정상이라는 기사의 판단과 다르게 에어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A씨는 결국 약 한달 뒤인 지난달 25일 다시 한 번 서비스센터 측으로 다시 문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비스센터 측은 다시 한 번 기사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방문 시간이 넘도록 기사는 오지 않았다.


A씨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서 기사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거기서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기사님이 말씀하시길 ‘솔직히 말하겠다. 아파트 (외부)실외기를 점검하려면 위험수당이 있어야 하는데. 본사에서 그걸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점검을 못하겠다’면서 방문 거부를 하셨다”고 밝혔다.



실외기 점검하기 위해 40만원 부담해라…‘황당’
‘요금은 요금대로 내고, 더위는 더위대로 견뎌라’



A씨가 청구한 영수증 내역. 왼쪽 영수증은 LG전자 서비스센터 AS 기사가 자체적으로 취소한 것이며, 오른쪽 영수증은 처음 AS 기사를 불렀을 때 영수증

이어 A씨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해당 AS센터의 센터장님과 통화를 했다. 심지어 센터장님은 기사가 와서 전부 고치고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더라”라면서 “센터장님이 말씀하시는 게 ‘외부 실외기 점검 같은 경우는 난관에 기대서 실외기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본사에서 기사님들에게 별도로 위험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서. 현재 (실외기) 점검은 일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실외기를 점검하려면 고객이 스카이차(사다리차) 대여료, 인건비, 유류비, 그리고 기사 출장비까지 총합해서 40만원 가량을 내야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LG전자 본사에서 기사들에 대한 위험수당이 나오지 않자 기사들이 ‘실외기 점검’과 같은 위험한 일은 기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실외기 점검이 꼭 필요할 경우에는 고객이 약 40만원 가량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 금액 안에는 본사에서 받지 못하는 기사들의 위험수당 등도 포함된다. 결국 기사들의 위험수당이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심지어 A씨가 확인한 결과 본사와 서비스센터 측 모두 위험수당에 대한 별도의 규정조차 마련해 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보니 기사들은 자체적인 판단 하에 위험하다고 생각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인데, 본사에서 이에 합당한 수당조차 제공해주지 않으니 기사들 입장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점검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A씨는 “해당 문제랑 관련해서 지난 29일에도 통화를 한 차례 했었다. 제가 처음에 기사님이 왔을 때 왜 ‘온도 측정만 하고 갔냐’라고 물어보니까 통상적으로 외부온도와 내부온도 차이가 10도만 나도 정상이라고 판단을 내린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런데 그 때 당시 밖에 온도가 거의 40도를 육박하다보니 에어컨만 틀어도 29정도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설정 온도를 아무리 내려도 에어컨 온도는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런 사실도 안내해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가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컨은 외부공기를 차단한 실내공간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LG전자 측의 이같은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외부공기의 온도가 뜨겁기 때문에 내부 온도를 내리는데 많은 전력이 들 수는 있겠지만 외부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정비례해 내부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에어컨은 외부 온도가 아무리 뜨겁더라도 실내 온도를 20도 밑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은 폭염경고와 주의보가 알람처럼 울릴 정도로 역대급 더위였다. 외부온도가 40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실내온도를 외부와 10도 차이밖에 내지 못한다면, AS문제를 떠나서 제품자체의 완성도를 의심해야할 수준인 셈이다. 정상적인 제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 팀이 한 지역을 4개월 동안 맡아


사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런 일을 겪은 고객들이 A씨 한 명만은 아닐 거라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LG전자 서비스센터 기사들의 경우 여러 명이 한 팀으로, 한 지역을 4개월간 맡는 구조다. 즉, A씨의 집 에어컨을 점검했던 기사가 소속돼 있는 팀이 A씨가 사는 지역을 전부 맡아서 수리하기 때문에, 비슷한 실외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부 이런 식으로 대처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A씨는 “제가 기사님께 한 팀이 저희 아파트를 다 이렇게 점검했으면 근처 아파트들 역시 다 이렇게 점검 하신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기사님이 ‘맞다’라고 하더라. 그리고 스카이차 같은 경우는 원체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부르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부를 바에는 하나 새로 사겠다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LG전자가 지급하지 않는 위험수당 때문에 기사들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하지 않게 되면서, 실외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비용을 고객들이 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더해 AS센터와 기사들은 이 비용이 비싸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고지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은 에어컨에 문제가 생겨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스페셜경제>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한 LG전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부실한 AS점검, 기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때문?


LG전자 AS서비스센터는 본사의 직영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맡겨서 운영된다. 그렇다보니 이 같은 사례를 전국에 모든 AS센터에 적용해서 말할 순 없다. 다만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이 사안의 경우 원인제공을 LG전자가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사들이 말하는 부분은 LG전자에서 당연하게 지급되야 할 위험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위험한 일’에 대해서는 맡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기사들에 대한 LG전자의 처우 자체가 열악하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LG전자의 경우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기사들’에 대한 도 넘은 갑질과 업무환경 등의 문제로 인해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여러차례 이름을 올렸다. 당시 청와대에 올라왔던 청원글은 LG전자에 근무하는 서비스센터 기사들이 LG전자의 불법도급운영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LG전자는 서비스 법인을 별도로 두지 않고 서비스센터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이나 인사 등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S센터에 대한 특별팀을 운영해 기사가 처리한 서비스건에 대해 분석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대행료를 삭감하거나 패널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청원자가 올린 글에서는 LG전자가 기사들에게 비인간적인 업무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의 경우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토요일은 매주 오후 4시, 일요일은 당직제로 2주에 한 번씩 근무를 시켜 평균적으로 약 70시간을 일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사들이 주 60시간이 넘게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건당으로 정산돼서 근무하는 시간에 비해서 ‘수당’이 현저하게 적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 측은 ‘당일 처리율’을 따지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개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미뤄 생각하면 기사들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피해는 단순히 기사들 내부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LG전자’라는 브랜드를 믿고 가전제품을 산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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