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의혹’ 전남대병원, ‘또 다른’ 인권유린 주장 제기
‘갑질 의혹’ 전남대병원, ‘또 다른’ 인권유린 주장 제기
  • 김영식 기자
  • 승인 2018.06.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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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의혹 일자…실태조사 빌미로 ‘2차 가해’(?)
전남대병원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더해 직원 인권유린까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더해 직원 인권유린까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전남 지역을 넘어 국내 최고 병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남대병원에서 지난달 말부터 ‘부당노동행위’ 관련 잡음이 줄기차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달 29일 이 병원 간호사 10명 가운데 무려 6명 이상이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강요받고 있다는 충격적 폭로가 나온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병원 노조 측에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대병원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각종 갑질과 부당노동행위 등을 주장한 데 병원 측이 이른바 ‘맞불’ 실태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간호사를 색출하는 등 ‘또 다른’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병원 현장에선 각종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선정적 춤을 간호사들에 강요한 성심병원의 갑질이 불거진 데 이어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고,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참사, 서울아산병원의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임신순번제, 태움 등 의료기관의 부끄러운 민낯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했다.

의료계 현장에선 이처럼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병원 노사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 및 국민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당노동행위는 물론, 은폐·책임회피까지 거론되고 있는 전남대병원의 이번 의혹에 업계 관심을 넘어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노조, “병원 관계자 보는 앞에서 버젓이 서명 강요”
병원, 제보자 색출?…조사 과정에서 “이거 너 아냐?”

지난 4일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이하 전남대병원 노조)는 ‘전남대병원은 갑질 중의 갑질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병원 측의 ‘2차 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노조 측에서 전남대병원의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병원 측이 ‘맞불’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인력부족 심각…“직원, 화장실조차 제대로 못 가”

전남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 1일 오전 이 병원 중간 관리자가 진행한 간호사 면담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서류에 서명을 강요하는 한편, 앞서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와 동일한 내용의 조사를 강압적으로 진행했다.

해당 서류엔 ‘보건의료노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마치 전남대병원 간호사에 국한된 문제인 것처럼 언론에서 잘못 보도했고, 이런 보도자료를 제공한 노조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노동조합이 병원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하고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밀 무기명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반면, 병원 측은 사실을 가리기 위해 직위를 이용, 1대1 면담을 통해 강압적으로 설문조사와 서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갑질 중의 갑질이고 또 다른 인권유린이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비민주적인 악행이 버젓이 벌이지고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앞서 전남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29일 총 25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그간 병원에서 이뤄진 각종 갑질과 인권유린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과 이들 직원 10명 중 6명 이상(64.4%)이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식사시간 보장과 관련해서도 71.6%가 일부 보장, 17.1%는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을 내놔 충격을 던졌다.

이어 휴게시간이 보장된다는 응답은 4.8% 미미한 수준에 그쳤으며 시간외수당 신청 자체를 금지했다는 응답도 24.8%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의 경우 사비를 털어 휠체어 등 병원물품을 구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노조 측은 병원 내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문제가 국민 건강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전남대병원에서는 식사시간, 휴게시간,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병가와 퇴사조차 순번을 정해서 하고 있을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외근무에 대한 수당을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은 청소, 환경미화 등에도 내몰리는데 이는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준비하는 기간에 훨씬 심해진다”면서 “기념일에 금품 상납, 폭언, 폭행, 성희롱, 의료소모품 지급 제한, 불공정 인사승진, 노조탈퇴 종용 등의 부당노동행위 또한 현재진행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특히 화순병원 CT실의 경우 2분 간격으로 검사를 예약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곳 직원들은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고 검사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전남대병원 노조의 ‘갑질’ 폭로에 병원 측이 개선안 마련은커녕 되레 ‘2차 갑질’로 응수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자, “기존 언론은 오보…동의해 사인하라” 주장 제기

전남대병원 노조 측은 심각한 인력부족을 호소한 가운데, 병원 측 이번 행보를 두고 '맞불' 설문조사로 규정,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노조 측은 심각한 인력부족을 호소한 가운데, 병원 측 이번 행보를 두고 '맞불' 설문조사로 규정,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 설문 조사에서 중간 관리자를 동원한 ‘압박성 면접’을 통해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간호사 서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전남대병원이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노조는 ‘서명 강요’ 사례에서 “관리자실에 혼자 따로 불러 서류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 1:1로 마주보고 있어서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서명했다”, “종이를 내밀며 그냥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읽어 보지 못하고 이름을 적었다” 등의 직원 진술을 공개했다.

이어 “인계시간에 다 모여 있을 때 ‘이거 빨리 제출해야 하니 돌아가면서 사인하라’고 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지 않냐? 오보라는 것에 동의하라’며 사인하라고 했다”, “서명 다 할 때까지 수간호사가 기다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전남대병원 노조는 설문조사를 병원에서 강요했다는 정황이 담긴 직원 진술도 공개했다.

병원 내부에선 “부서 이름이 적힌 봉투에 설문지가 1부~2부 들어 있었다. 설문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어느 부서에서 작성한지 다 알 수 있어서 솔직하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수간호사와 둘러 앉아 문항을 같이 읽으면서 작성했다”는 직원 진술이 나왔다.

또 “설문지를 관리자가 보는 앞에서 작성해야 했고 작성하자마자 내용을 들춰봤다. 그러면서 관리자가 ‘이런 적이 있었어?’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관리자가 ‘이거 너 글씨 아니냐?’라며 응답자를 색출했다”란 말들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다각도로 전개되는 개선 활동에 앞장서야 할 전남대병원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맞불 설문조사와 서명을 강요하면서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부족한 인력충원,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갑질과 인권유린 근절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개선책을 마련하고 정책대안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남대병원 노조는 병원에 ▲갑질과 인권유린 은폐를 위한 부당한 서명 강요행위와 강압적 실태조사행위 등의 중단 ▲서명·실태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강압적인 행위에 대한 공식 사과 ▲병원 내 갑질과 인권유린 근절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및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전남대병원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은 과거에도 이미 불거진 바 있다.

앞서 전남대병원은 지난 2006년 4명의 간호사가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2016년 업무 과정에서 지독한 스트레스 등을 호소해온 간호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홍역을 치렀다.

당시 병원 측은 간호사 사망과 업무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잇따라 불거지는 전남대병원 자살 사건의 근본적 원인 규명을 위해선 노동당국의 특별근로감독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 전남대병원 근로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병원 측 대처를 넘어 정부 개입 등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8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병원 내에서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 의식은 노사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에 따른 개선안 마련 역시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다음주 월요일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병원장 간 만남도 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보건의료노조 설문 사항 가운데 일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내용이 발견됐고 간호부 차원의 설문조사가 급박히 이뤄졌다”면서 “특히 당시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전화가 간호부에 빗발쳤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병원 차원의 전수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진=전남대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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