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해 감독기준을 마련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서 “현행 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범위 내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업계 특성상 신약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회계처리 과정에서 이를 자산으로 처리해 왔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구개발비용의 자산화 비율은 코미팜이 97.6%로 가장 높다. 이어 코오롱티슈진이 93.2%, 오스코텍이 90.5%, 바이로메드가 87.6%, 랩지노믹스가 82.4%, 인트론바이오가 77.3%, 셀트리온이 74.4%, 씨젠이 73.4%, 차바이오텍이 71.1%, 메디톡스가 39.1%였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제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인 경우 그 비용을 자산 처리하기 위해 개발비로 처리하고 그 이외의 비용은 경상연구개발비로 계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당수 업체들이 개발단계 등으로 볼 때 무형자산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과도하게 자산을 인식해 회계처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자본을 다시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투자자들에게도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회계기준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며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감리 결과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묻되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약 개발처럼 국내에서 회계기준 적용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분야는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TF’ 논의 결과와 함께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날 간담회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회사인 경우에는 상장유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비의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로 인해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력 사업이 아님에도 단기간에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함에 따라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약?바이오 업계는 시가총액이 높거나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만큼 자기자본이 충실한 경우에는 보수적 회계처리로 재무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상장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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