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국민연금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한 수치를 나타냈다. 은행 예금에 안전하게 넣어둔 것만도 못한 수익률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신흥국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권 시장이 조정을 받은 탓이라고는 하지만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에 국민연금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평균 0.90%에 불과했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자산 투자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상반기 수익률을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1.47%라는 수치가 산출된다.


지난해에 연간 수익률 7.26%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5.61%의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아르헨티나·터키 등 신흥국 금융위기, 달러 강세와 같은 외부 악재로 국내 주식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운용 수익률은 -5.32%였다. 올해 상반기 시장 평균 수익률(-4.23%)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26.31%였던 것에 비하면 폭락한 수준이다.


상반기 해외 주식 수익률 역시 4.54%로, 지난해 수익률(10.68%)보다 하락했다.


다만 국내외 채권과 대체투자 성적은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국내 채권 수익률은 지난해 0.51%에서 올 상반기 1.21%로, 해외 채권 수익률은 0.22%에서 3.25%로 모두 좋아졌다. 대체투자 수익률도 지난해 4.53%에서 올 상반기 4.89%로 소폭 개선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액은 6월 말 현재 638조476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기금 규모는 2013년 427조원, 2015년 512조원, 2017년 622조원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상황이다. 단 1%의 수익률 등락만으로도 6조원이라는 거액의 손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개선에 따라 재정 건전성 확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위원회는 보험료·수급연령 인상안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꺼내들었을 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들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12명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로 구성돼 있다. 모두 금융 전문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인물들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해 주요 직위가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 째 공석이다. 주식 투자를 담당할 주식운용실장 자리 역시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어있다.


가입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연금 개편안으로 도마 위에 오른 국민연금이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사진=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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