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답변’ 가천대 길병원…잇단 의료사고에 신뢰도 추락
‘황당 답변’ 가천대 길병원…잇단 의료사고에 신뢰도 추락
  • 김영식 기자
  • 승인 2018.05.30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부 뇌물 의혹’ 현재 진행형…“이사장 의심 여전”
가천대 길병원이 잇단 의료사고로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가천대 길병원이 잇단 의료사고로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인천 지역 대표 종합병원인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운영 중인 길병원이 최근 잇단 의료사고는 물론, 사후 대처과정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드러내며 그 지위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가 일각에선 그동안 길병원이 국내 대형병원 가운데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 간 길병원에선 의료사고는 물론 경영진의 금품 로비 등 병원 운영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규모 등 외형적 측면에서 ‘폭풍’ 성장을 이뤄온 반면, 정작 병원의 본질적 책임·의무인 대(對) 환자 의료서비스 등 내부적 단속에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길병원 산부인과에선 난소 혹 검사를 하러 간 환자가 멀쩡한 신장이 제거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도 사고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병원 측이 보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의료사고 뒤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그 가족들에게 “신장은 1개만 있어도 사는 데 문제없다”, “(그러니)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멀쩡한 신장 1개를 잃은 환자는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말한 병원과 외로운 싸움을 벌어야만 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길병원 사례를 포함해 대형병원의 의료사고를 둘러싼 이른바 ‘갑질’ 행태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이 환자 측에 주어진 점’을 줄기차게 문제 삼고 있다.

가수 신해철의 의료사고 이후 그간 잠잠했던 의료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멀쩡한 신장 떼낸 병원…“1개 있어도 생명 지장 없다”(?)
‘의료법 개정’ 논란 재점화…‘입증 책임 소재’ 쟁점

지역 대표 병원으로 자리 매겨 온 상급종합병원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최근 잇단 의료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병원가에 따르면 길병원은 최근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는 한편, ‘'이소(異所) 신장’이 제거된 50대 여성 환자 A 씨에 대한 보상 관련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문제없다”던 병원…복지부 나서자 ‘급 사과’(?)

A 씨는 지난 3월 개인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물혹 제거수술을 받았으나, 제거된 것은 ‘멀쩡한’ 신장이었다.

이 같은 황당 수술에 당초 병원 의료진 측은 수술 동의서에 ‘개복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환자 측이 서명한 점을 들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해당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물혹 제거수술 과정에서 대장 부근에 악성으로 의심된 종양이 발견돼 이를 제거했으며, 결국 환자 측이 수술 동의서를 통해 이 같은 수술을 보장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A 씨 측이 수술 동의서에 서명한 취지는 ‘난소종양 제거’를 위해 필요할 경우 제한적으로 개복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외 혹 제거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일반상식적 수준의 의료 행위를 스스로 뒤집은 병원 측은 환자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사후 대처로 더 큰 파장을 자초했다. 환자 측에 ‘의료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1개의 건강한 신장으로 잘사는 사람이 많다’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식의 언동을 보인 것이다.

결국 환자 가족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사고 보상법 기준 변경 요청’이란 글을 올려 길병원 행태에 분노감을 표출했다.

A 씨 측은 해당 청원에서 “이번 길병원의 의료과실로 멀쩡한 신장을 떼어낸 환자가 평생 투석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신장은 중요한 신체 기관”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의료사고가 아니냐는 항의에도 병원 측은 해명도 없이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만을 받았다”면서 “병원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측은 “(길병원) 법무팀장은 ‘의료분쟁 소송으로 가면 병원은 더 수월하다’고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A 씨 측 항의에도 ‘절차상 하자 없음’을 이유로 꿈쩍 않던 길병원 측은 보건복지부 등 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뒤늦게 부랴부랴 피해자 사과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길병원은 또 최근 30대 여성 B 씨가 다리 부종 치료를 위해 받은 시술에서 되레 희귀난치병에 걸렸다는 의혹과 관련,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해당 시술을 집도한 담당 의사는 B 씨 측 항의 뒤 길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병원은 수개월 째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길병원의 의료사고 관련 논란이 그동안 끊이질 않고 지속됐다는 점이다.

길병원에선 지난 2015년 3월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은 군인에게 간호사가 처방전과는 다른 주사약을 투약해 환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에 앞선 2014년 말 술에 만취한 응급실 전공의가 3세 유아의 턱 봉합 수술을 한 사실도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2015년 간호사 사건과 관련해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 등을 통해 병원 측이 간호 기록을 허위 작성케 하는 등 조직적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길병원의 고속성장 이면…의료사고·금품비리 등 잇단 의혹

지난해 말 불거진 길병원의 복지부 뇌물 의혹과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각의 이길녀 이사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말 불거진 길병원의 복지부 뇌물 의혹과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각의 이길녀 이사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줄기차게 이어진 ‘의료법 개정’의 목소리가 최근 가수 신해철 씨 사망과 이대목동병원 사태, 배우 한예슬 사건에 이어 이번 길병원 논란을 정점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행법상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환자 측에 주어져 있어 이들이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피해자 측이 중재를 신청한다 해도 병원 측 동의 없이는 절차 개시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결국 중재 난항으로 소송에 돌입해도 병원 측이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대형 로펌 등을 통해 방어 논리를 탄탄하게 구축하게 되면 피해자들의 마지막 남은 법적 구제 수단도 사라지는 셈이다.

A 씨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번 길병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배경이다. 피해자 측은 현재 의료사고 입증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점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하며 ‘의료법 개정’을 주장한 가운데,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선 길병원 경영진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이 같은 잇단 논란의 시발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병상 수 기준 전국 10대 대형병원으로 성장한 길병원의 고속성장의 이면에 일종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금품수수 및 뇌물 등 비리사건으로 번졌으며 결국 병원 본연의 책무인 ‘대국민 의료 봉사’란 근본적 원칙에 부실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길병원의 복지부 뇌물 사건과 관련해 이길녀 이사장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길병원이 최고 병원이란 명성에 스스로 먹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길병원은 지난해 말 불거진 복지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경찰 수사 중인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길병원 측은 복지부가 추진 중인 정부 사업과 관련, 이에 대한 청탁성 대가로 수천만 원 안팎의 부정행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인천 소재 길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영장에는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 등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병원 측이 횡령한 법인자금을 복지부 고위공무원에게 뇌물로 제공하고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 이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등 직접적 수사선상에는 올리지 않았으나 여전히 병원가 일각에선 이사장 지시·묵인 없이 거액의 법인자금 횡령이 가능했겠느냐는 점에서 의심이 팽배한 상태다.

한편, 병원은 특히 인간 최고 가치인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주장에 이견이 없다.

이런 점에 비춰 길병원으로부터 흘러나온 일련의 의료사고와 뇌물 관련 비리 소식은 소비자 신뢰도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길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장 관련 환자와의 협의는 현재 진행 중인 상태로 추후 보상 등 구체적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고에 재차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협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병원 측은 환자 항의에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당국 조사 움직임에 뒤늦게 사과했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환자 측에서 지역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복지부 차원의 조사 움직임은 없었으며 당시 보건소 민원 처리 시점과 병원 측 사과 등 협의 시점이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 뇌물 의혹과 관련해 일부 병원 관계자 일탈 행위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다만 6개월 간 경찰 수사를 받아오며 병원 차원의 자성 노력은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병원 차원의 소속 의료인들에 대한 교육 강화와 함께 관련 프로세스 재점검 등을 통해 의료사고 등 불비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다음 로드뷰 갈무리]

[독자 제보] 스페셜경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환영합니다.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긴급 제보나 사진 등을 저희 편집국으로 보내주시면
기사에 적극 반영토록 노력 하겠습니다. (speconomy@speconomy.com / 02-337-2113)

김영식 기자

kys@speconomy.com

취재1팀 산업/문화/연예 담당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세 박자를 갖춘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