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계속하면 참말?’ 여론선동 정치…‘자신은 옳고 타인은 틀린 이중 잣대’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왼쪽은 김경수 의원.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정권이 들어 선지도 1년 4개월여가 다 돼간다. 집권 2년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대승을 거뒀고, 이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정치권에선 흔히들 집권 2년차에 살아있는 권력의 위세가 넘친다고 한다. 또 집권 2년차는 권력자의 권력 의지가 극대화되는 시기라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드루킹 게이트를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살아있는 권력의 겁박에 질린 듯 굴복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또 권력을 잡은 이들은 7개월 연속 실업자 수가 100만명이 웃도는 등 일자리 대참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그 탓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돌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야당일 때는 조속한 처리 또는 반대했던 사안에 대해, 여당이 되더니 내로남불식의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실로 권력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 정치권에 유행처럼 번진 권력집단의 내로남불과 괴벨스 공화국에 비유될 정도로 자행되고 있는 선동정치에 대해 짚어봤다.


‘온라인상의 괴벨스’ 드루킹 게이트


여론 호도 만능열쇠…이명박·박근혜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선동에 악마적 재능을 타고난 독일 나치시대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4살 때 걸린 골수염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절름발이가 된 괴벨스는 악마적인 선동 재능을 타고나 ‘절름발이 악마’로 불렸다.


절름발이 악마로 불리기도 했지만 희대의 정치 연출가로도 평가받는 괴벨스는 아돌프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였고, 선전 전략을 만들어 히틀러가 나치정권 독재자가 되는데 일조했는데, 특히 라디오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괴벨스는 ‘대중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고 믿었기에 자국민에게 라디오를 저렴한 값에 보급했고, 라디오를 통해 히틀러의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전파했다.


이는 히틀러와 나치정권 사상을 대중들이 자연스럽고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괴벨스가 없었으면 히틀러도 없었고, 히틀러는 괴벨스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선동에 있어서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괴벨스 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한편에서는 ‘지금 우리는 괴벨스 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막말이 됐든 의도적 언사가 됐든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등 정치권의 타고난 이슈메이커로 통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이따금씩 문재인 정권을 괴벨스 공화국으로 지칭했다.


문재인 정권이 지지층을 등에 업고 또 권력의 막강함을 이용해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 등을 장악한 뒤 이를 통해 대중들이 환호할만한 보여주기식 사탕발림과 위선으로 현혹하는 등의 선동정치를 한다는 지적이었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괴벨스 공화국으로 지칭하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기도 했는데, 드루킹 게이트도 그 중 하나다.


지난 5월 10일 6·13 지방선거 대전·세종 필승결의대회에서 홍 전 대표는 “요즘 드루킹 여론조작을 보았는가. 그런 조직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많다”며 “네이버나 다음은 댓글 조작·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거짓의, 위선의 세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이 공화국을 괴벨스 공화국이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던 드루킹과 그 일당들은 온라인상에서 괴벨스가 되어 댓글을 통한 여론을 선동·조작했고, 여기에 살아있는 권력의 최측근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정국을 흔들어놓을 만큼의 파장을 미쳤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들이 수사에 나섰지만 은폐·축소 논란이 일었고, 이에 따라 제1야당 원내대표가 단식농성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특별검사’가 출범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과정에서 권력을 잡은 집단은 ▶드루킹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권력자 최측근 비호에 나섰고 ▶드루킹 게이트는 신종 정치브로커들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며 ▶특검을 특검하겠다 ▶역대 최악의 정치특검으로 규정하는 등 드루킹 게이트를 축소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권력집단을 향해 여론 선동 중단을 촉구했지만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특검에 대한 압박은 거세져만 갔고, 권력집단을 지지하는 지지층들의 온라인상에서의 활약과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까지 가세하면서 특검의 독립성을 흔들어댔다.


결국 살아있는 권력집단의 위세에 눌렸는지 허익범 특검은 특검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수사 기간 연장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연출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수사기간 연장 없이 60일간의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25일 활동을 마친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괴벨스 선전이론과 닮은 권력집단의 여론선동


야당으로부터 여론 선동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대목은 비단 드루킹 게이트뿐만이 아니다.


7개월 연속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았고,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권력집단은 그 책임을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으로 몰아갔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평균 30만 명대였으나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올해 1월 33만명을 제외하고 올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취업자 수는 월평균은 10만 명대 안팎에 머물렀다.


야당과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인해 이 같은 일자리 대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권력집단은 인구구조 탓, 날씨 탓을 하더니 급기야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권력집단이 정권을 잡은 지도 1년 4개월여가 돼간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과거 잘못된 행동과 선택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권력집단은 자신들이 집권 이후 초래된 고용쇼크의 책임과 잘못을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권 2년 차임에도 자신들의 책임과 잘못은 조금도 인정하거나 시인하지 않으면서 이명박·박근혜가 마치 도깨비 방망이인 것 마냥 자신들의 무능을 덮는데 애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참말이 된다’는 괴벨스의 선전이론과 꽤 닮아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위선의 탈’을 쓴 권력 집단의 겉과 속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이중성


미투 운동 부메랑


홍준표 전 대표가 비판한 괴벨스 공화국 외에도 문재인 정권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란 오명도 얻었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미투 운동이 촉발되자, 권력집단은 서 검사를 응원한다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당시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이었던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튿날인 1월 3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하얀 장미를 손에 들고 “차별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응원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자 권력 집단에 속해 있던 안희정·박수현·민병두·정봉주·탁현민 등에 이어, 심지어 청와대 파견 공무원의 뉴욕 성희롱 사건까지 터져 나왔지만 권력 집단은 이내 입을 닫았다.


야당 시절 성희롱·성추행에 대해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이 되고는 미투 운동을 응원한다며 백장미까지 들어보였던 그들이지만 미투 운동이 자신들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돌아오자 침묵으로 일관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에 야당은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권력집단의 내로남불을 꼬집었다.


박근혜가 어른거리는 ‘개헌 블랙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권력 집단, 특히 집권여당의 태도는 내로남불을 연상케 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비례성과 대표성, 정당 지지율이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적이고 한국당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창해왔던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나선 애매모호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대로 2020년 예정된 총선을 치르게 되면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지만 반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권력집단은 지방선거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지난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5월 24일 야당의 반대로 권력집단발(發) 개헌은 무산됐다.


이에 살아있는 권력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진심이 없는 정치의 모습에 실망하셨을 국민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언젠가 국민께서 개헌의 동력을 다시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승리를 거두자, 권력집단은 개헌에 대한 동력을 끌어 모아 다시 불을 붙이는데 주력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개헌을 촉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를 배제하면서 말이다.


권력집단의 주장은 이렇다. 개헌 문제는 경제·민생 입법들을 제쳐버릴 수 있는 블랙홀로 작용될 수 있고, 또 한반도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데 개헌이 이런 이슈들을 다 뒤로 미뤄버리는 등 국회가 정쟁의 장이될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우려에 ‘국회가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 개헌 관련 주요 발언.

우편향 VS 좌편향…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정권교과서?


역사교과서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2일 교육부는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사용할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는데, ‘대한민국이 한반도에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와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 했고, ‘북한 세습’이나 ‘북한 도발’, ‘북한 주민 인권’ 등 북한에 부정적인 표현들이 삭제되면서 좌편향 논란이 일었다.


좌편향 논란이 일자 권력집단에서는 ‘일부 보수언론이 제기하는 좌편향 지적은 일고의 가치도 없을뿐더러, 우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합당한 기준’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당시 야당이었던 권력집단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격렬히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뒤에는 전 정권의 역사관은 잘못됐다며 자신들의 역사관을 교과서에 담으려 하고 있다.


결국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권력 집단의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역대급 내로남불 ‘방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은 또 어떤가.


권력집단이 야당일 당시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6년 7월 21일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일 때는 방송의 공정성·중립성이 중요하다더니, 권력을 잡고 나선 방송의 공정성·중립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방송을 장악한 권력자가 방송법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자, 권력집단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했던 개정안 처리를 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권력집단은 그들이 적폐라고 손가락질하던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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