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보험료를 올리고 가입연령을 높이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발표된 후 일각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국민연금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민연금법을 폐지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국민은 국민연금보다 더 큰 조세부담을 짊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가는 국민연금제도가 폐지되더라도 현재 연금수급권을 습득한 이들에게 어떻게든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줘야 한다. 연금수급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연금수급권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최소가입기간 1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5월 기준으로 634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으로도 이들에 대한 연금 지급액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납세자연맹 추산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충당부채(책임준비금)는 1242조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600조원에 달하는 액수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후세대가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기존의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현재 금융시장에 투자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을 환수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지분율 9.67%), 현대자동차(지분율 8.44%), SK(지분율 9.20%)의 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이 금융자산을 한꺼번에 현금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환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올해 5월 기준 ▲해외주식 114조원(18.0%) ▲국내채권 295조원(46.5%) ▲해외채권 23조8000억원(3.8%) ▲대체투자 67조3000억원(10.6%) ▲기타부문 1조원(0.2%)등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즉시 지급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조2000억원(0.4%)에 불과하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일각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토록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국민 개인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일 국민연금 없이 각자 알아서 노후준비를 한다면 대부분 사람은 미래 노후생활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가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된다”며 “국민연금이 폐지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해 사회불안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OECD가 배포한 ‘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이 12.6%인 것에 비하면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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