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금융감독원이 암 보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검사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21일 금융감독원은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를 열고, 암보험 가입자 200여 명이 제기한 국민검사 청구를 심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구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를 중심으로 한 암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이 암보험 약관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제기했다. 일부 보험사가 암 보험 약관을 근거로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암의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청구의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요양병원에서의 암입원비 지급으로 이에 대한 실효적 구제수단은 검사가 아니고 분쟁조정”이라며 “청구인들이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법률적 판단 또는 고도의 의료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관련 법령과 무관한 문제 등이 포함되는 등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조치하기 어려운 사항으로 국민검사청구에 의한 검사는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심의 결론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암 입원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조정이 마무리돼 적절한 지급기준이 마련될 경우, 암 입원보험금 지급 여부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암 보험 관련 민원에 대해 내달 중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해 사례 별로 논의를 진행한다.


이에 금융소비자 단체는 금감원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청구를 제기한 암 환자는 통상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등 떠밀려 요양병원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간 사람들이다”라며 어려울 것이 없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과 보험개발원에 상품 개발 시 요양병원 치료비를 보험료에 넣었는지 물었지만 두 곳 다 답변을 회피했다”며 “소비자가 보험을 잘 모르는 점을 금감원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검사청구제는 금감원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2013년 5월 도입한 제도다. 금융사의 위법·부당한 업무로 소비자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는 건에 대해 200명 이상의 당사자가 검사를 신청하면 금감원이 심의 후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접수된 건은 암 보험을 포함해 총 4건에 불과하고, 그 중 실제로 검사가 진행된 것은 1건이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충족해야하는 접수 기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금감원 내부 시스템마저 허술해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검사 청구보다 민원을 넣어 실질적인 조치를 받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사실상 제도의 유명무실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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