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신한금융지주가 계속해서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다소 공격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에만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ING생명 인수에 대한 윤곽이 잡혀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4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발행 수요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이 무사히 완료될 경우 신한금융이 올해 확보한 자본만 무려 1조1100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작으로 이달초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한 바 있다.


이어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4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하면서 이달에만 1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끌어 모은 것이다.


이렇듯 신한금융이 자본 확충을 서두르는 행보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ING생명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돌입해 신한금융이 실제로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운영자금 마련,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을 확충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ING생명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향을 정하는 중”이라며 ING생명 인수에 대해 다소 명확히 언급했다. 다만 “가격 이슈가 가장 크리티컬하다”며 “디테일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부터 계속해서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매각가로 보유 지분 59.15%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4천억원을 제시하자 부담스러운 눈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분 100%도 아닌 59%를 2조4000억원에 살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지분 100% 인수 기준으로 3조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ING생명 매각가가 다소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의 시가총액이 3조라고 본다면 59%는 1조8천억원이다”라며 “이에 36% 가량 프리미엄을 붙여 2조4천억원에 판다는 의도인데 신한금융이 급할 게 없는 상황에서 이 가격을 받아들일지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거래가격으로 2조1천억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가격에 인수한다고 해도 약 4~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NG생명을 두고 거래가격이 2조1천억원~2조4천억원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이 현재 마련한 1조1100원에 차입을 감안할 경우 ING생명 인수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double leverage)은 122.7%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달 들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더해 비율을 산출할 경우 117.3%로 떨어진다.


금융지주사는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 130%를 초과할 경우 경영실태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이를 고려하더라도 신한금융은 2조8천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한편 금융권 내에서는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려고 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비은행부문에서 신한카드의 비중을 줄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과 금융 그룹 1위를 탈환을 지목했다.


지난해 신한금융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순이익은 전체의 44%로 은행부문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으나, 비은행부문 순이익 중 신한카드 비중이 무려 66%에 달했다. 이렇듯 비은행부문에서 신한카드의 편중이 심하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게다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심지어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제로페이’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사의 전망은 좋지 않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당기순이익이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의 순이익을 메워줄 대안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금융 그룹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각각 3조3100억원, 2조9200억원으로 약 3400억원이 차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ING생명 인수는 이런 차이를 가뿐히 뛰어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는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업계 중위권 수준의 생보사를 이미 보유한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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