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중대 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공정위가 쥐고 있던 독점적 권한을 검찰이 나눠 가지면서 건설업계는 환영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당정협의를 열고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 경성담합(중대한 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고”고 밝혔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그간 검찰과 공정위 간 다툼의 소재가 돼 왔는데, 이번에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서 검찰도 담합 관련 조사권한을 갖게 된다.


경성 담합은 ▲판매가격 공동인상 ▲공급량 제한이나 축소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말한다.


건설업계는 22일 법무부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담합은 명백한 위법사항이고, 사회경제적으로 근절돼야 하는 행위”라며 이 같이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수주 시장에서 위법 행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 또는 소극적으로 행사됐다며, 업계에서 되풀이돼온 악습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중 처벌 부담을 안게 됐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진행되면 이중의 행정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수사기관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기관 간에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검찰만 언급되고 있지만 나중에는 경찰까지 수사권을 달라고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은 사안이 복잡하고 법리 해석도 까다로워,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공정위의 전문적인 심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는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수사를 많이 해봤지만 검찰은 그렇지 못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보다 검찰에 소명할 때 필요한 법무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한 쟁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 법은 다른 나라의 경쟁법제와 비교해 형벌의 적용대상을 넓게 규정하고 있어,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기업의 거래 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사적 제재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위법한 사항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지만, 공정거래법에 한해 비전문가 집단인 검찰이 수사를 나서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도 공정거래 담당 부서가 있긴 하지만 공정위와 같은 전문성은 없다”며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기업에 행정적인 피로감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전속고발권 폐지로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가 위축돼 오히려 담합 적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리니언시는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게 처벌을 면제하거나 경감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위에서 자진신고 혜택을 받은 신고자가 검찰에서 처벌받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 공정위와 법무부는 자진신고자에 대한 형벌감면 근거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협조하면 형벌감면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검찰도 조만간 감경 기준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긴밀히 협력하면서 운영하느냐, 운용의 묘를 살리느냐가 더 큰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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