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이달초 글로벌 투자은행이 ‘반도체 고점론’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이 영향으로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식은 계속해서 신(新)저가만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매수 적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 초반 4만35090원까지 떨어지다가 결국 4만3850원으로 52주 신(新)저가를 경신하며 장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분할 직후 5만3000원에 거래가가 형성됐으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그 가격을 넘지 못한 것은 물론, 그로부터 17.3% 가량 하락한 것이다.


시가총액 역시 줄어들었다. 같은 날 시가총액은 281조원대로 전체의 15.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약 304조원으로 전체의 16.9%를 차지한 것에 비해 한달 사이 23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게다가 액면분할 직후인 지난 5월 시가총액이 33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동안 무려 50조원 가량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연일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처럼 힘을 못 내는 원인은 이달초 세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가 ‘반도체 고점론’을 주창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는 “반도체 유통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반도체주의 위험보상비율은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주가도 오를 만큼 올랐다”고 말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4분기와 내년 1.4분기까지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주에 대한 '팔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나치게 낮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부쩍 외국인투자자·기관투자자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4만5000천원 미만으로 떨어진 지난 16일 외국인투자자가 무려 801억6900만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날인 17일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각각 549억1400만원, 667억4400만원을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비관론도 하나의 전망일 뿐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수요 둔화, 낸드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시장 점유율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낸드는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수요 탄력성이 높아 오히려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에서 컴퓨터·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절반 이하로 축소되겠지만 서버·그래픽 같은 B2B 수요가 점차 늘어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 등 새롭게 도약하는 시장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53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65조1568억, 내년 66조3천억원 수준으로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된다는 점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3.4분기 실적이 고점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높아진 이익 체력으로 내년 이익 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는 최고 7만원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수급이나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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