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이통3사가 데이터 이용료를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라이팅 서비스’를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사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도입해왔다면, 최근에는 특정 게임이나 커뮤니티 등 외부 콘텐츠 업체와 협력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대형 콘텐츠 업체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KT가 외부 업체와 제휴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내놓았다.


KT의 경우 이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출시에 맞춰서 데이터 차감없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KT에서 노트9을 개통하면 피파온라인M,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모바일, 오버히트 등 4개 모바일 게임를 선탑재하고, 해당 게임에 한해서는 데이터가 차감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13~18세 중?고등학생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넷마블과 네오위즈의 일부 게임과 헝그리앱(게임 커뮤니티), 김급식(급식 정보), 스노우(카메라) 등 10대들이 즐겨 쓰는 10여 개 앱(응용프로그램)을 데이터 차감 없이 쓸 수 있도록 한다.

사실 그도안 이통사들은 자사 콘텐츠 서비스에 대해서만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해왔다. 자사가 운영하는 내비게이션 앱이나 음원, 동영상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콘텐츠까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ㅂ가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요금 인하를 이통사들에게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요금제를 낮추는 것 대신 소비자가 이용하는 데이터 차감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요금 인화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제로레이팅 서비스 확대는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그리고 고객에게까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고객의 경우 데이터 소모가 적기 때문에 좋고, 이통사는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보전받아서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 게임사 같은 콘텐츠 사업자는 고객의 데이터 이용료를 대신 내는 셈이지만 이용자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서비스 확대가 고객과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리한 측면도 적지 않다. 제로레이팅을 적용받지 않는 음원 서비스나 게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소모하게 되며, 망 이용료를 내기 어려운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통신사가 콘텐츠 시장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지닐 수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와 손잡은 콘텐츠 사업자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데 유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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