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문재인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일자리 정책’에 예산을 쏟았으나 정작 고용 시장은 유례없는 ‘고용 쇼크’를 겪고 있어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는 현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중심으로 지출한 예산의 세부 항목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현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쓴 금액은 42조5819억원이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적 지표’에만 초점을 둬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현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 예산은 ▲2017·2018 본예산 36조원 ▲추가경정예산 14조8천억원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등을 합쳐 총 54조원 가량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지출한 비용은 이와 다소 차이가 있는 42조5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세부 배정이 되지 않은 예산이 있을 수 있고, 일자리예산 명목으로 예산을 받았으나 자료에 누락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정부 고용 인건비 등은 자료 취합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산하 일자리위원회가 야심차게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 부처에서 추진한 189개 사업 예산을 분석한 보고서다.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일자리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맞춤형 일자리 지원으로 크게 4개 항목으로 분류되는데, 현 정부는 이와 관련된 예산을 지난해 18조4천억원에서 올해 24조2천억원으로 31.5%(5조8천억원) 가량 늘렸다.


가장 많은 예산이 집행된 항목은 ‘일자리 인프라 구축’ 부문으로 지난해(10조4361억원) 대비 19.3% 증가한 12조4487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전체 고용보험 가입률이 2012년 66.4%에서 지난해 71.2%로 개선됐다. 그러나 정규직은 크게 개선된 반면 오히려 한시적근로자·기간제근로자의 가입률은 낮아져 정규직 여부에 따른 양극화가 한층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일자리 인프라 구축을 명목으로 직장어린이집 지원, 항공전문 인력양성, 연수사업 등에서도 예산이 집행됐으나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일자리 사업이라기보다는 복지사업 성격이 강하거나 인력양성사업이다”고 언급했다.


‘일자리 창출’ 부문 예산은 11개 부처로 배분됐으며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받은 부처는 보건복지부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총 3조3513억37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신설된 ‘사회적 경제 활성화’ 예산의 경우도 305억원에서 올해 475억원으로 무려 55.5% 대폭 확대됐다.


이와 관련 예산정책처는 “사회적 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분산돼 비효율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지만 이에 앞서 통합 지원치계에 포함될 사회적 경제 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일자리 질 개선’ 부문에는 지난해(537억원)보다 무려 55배 늘어난 3조265억원이, ‘맞춤형 일자리’ 부문에는 지난해(1조4575억원) 대비 40.2% 증가한 2조430억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렇듯 항목별 예산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혁신형 창업 촉진’과 ‘지역일자리 창출’ 예산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점은 현 정부가 일자리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고용 대참사’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5천명(0.0%)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이후 8년6개월만에 최저치이며, 취업자 증가폭이 1만명을 하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5번째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만한 특별한 사건을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는 “현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만드는 플랫폼(기업)에 돈을 써야 하는데,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데 정작 정부는 규제를 만들고 법인세를 올리고 노조에 힘을 실어주니 일자리가 더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예산정책처 역시 “정부가 양산한 일자리들이 양적 지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공공 고용서비스는 주로 실직으로 인한 구직자 서비스로 이루어져 청년층에게 미흡한 수준이며 공공 고용서비스를 통한 취업은 저임금일자리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용 쇼크’에 따른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결국 일자리 예산을 확대해 고용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결정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또 다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재정 확대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 고용 쇼크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도 “고용문제 해결을 재정에만 의존하는 건 단기적 응급치료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좀비 기업만 양상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자료제공=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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