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지난해 발표된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서울 집값이 상승하자, 사실상 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추가로 제시한 정책 역시 공급은 그대로 둔 채 수요만 옥죄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서울은 ‘나 홀로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규제가 본격화된 탓에 지난 2월 이후 6월까지 ‘주춤’했던 부동산시장이 지난달부터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번주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간 서울 집값은 주로 강남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가 견인해 왔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마포구, 성동구 등에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新)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비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은평구, 관악구, 구로구, 성북구, 동작구 역시 큰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요즘 서울 아파트 시장 판세는 매물이 없어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곧 시세"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배경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언급한 것을 지목했다. 실제로 용산구는 올해 초에 비해 현재까지 아파트 가격이 8% 가량 상승해 서울 25개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향후 용산 일대 부동산 집값은 더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측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박 시장의 개발계획 발표로 수요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많이 움직였다"면서 "매도자들도 호가에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이어 보유세 인상안까지 드러나자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거래량이 늘어났다. 또한 세금을 내면서 지방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느니 서울에 한 채를 소유하겠다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늘면서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지방 집값은 떨어지는 양극화를 불러 일으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 집값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오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를 추가로 지정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만 옥죄는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는 건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다는 것인데 현재 서울은 둘 다 해당돼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재건축 규제 등으로 공급이 억제돼 있어 이를 해결하기 전엔 추가 규제 대책도 크게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 소장 역시 "정부가 내놓은 수요억제 정책들로 인해 오히려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한다고 해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해외 주요 국가들과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영국 유명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런던·스톡홀름·오슬로·시드니·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에 비해 집값이 하락하는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주택 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간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금리 인상 기조,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들이 겪는 외부적 요인에 더해 ‘고용 대참사’까지 겪고 있을 정도로 경기가 참담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집값만 ‘나 홀로’ 고공행진하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렇듯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에 대해 한 부동사 전문가는 “시장 수급 논리를 무시한 8·2 대책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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