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중국이 계속해서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추격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자칫하다가는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넘보며 빠르게 도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수립한 것은 물론, 그 전에도 ‘소프트웨어 및 집적회로 산업 육성에 관한 정책’, ‘국가 집적회로 산업발전 추진강령’ 등을 추진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 세금감면, 인재육성 등을 지원해왔다. 지난 2014년 9월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설립한 투자기금은 무려 5000억위안(약 82조원) 수준이다.


현재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 비중을 7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부가 초기 매출 보장을 보장해주고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들이붓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추격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화웨이가 트리플 카메라 장착, 인공지능(AI) 반도체 탑재 등에서 ‘세계 최초’를 기록했고 한국이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기술격차도 3~4년까지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우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중국 기업은 1300여곳으로 집계돼 한국의 10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점유율 역시 중국이 4.1%로 한국(3%)보다 1.1%p 높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는 생산장비 국산화율은 18%, 재료 국산화율은 48%로 ‘메모리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취약하다.


게다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을 위해 도입하는 극자외선(EUV) 노광기 같은 핵심장비들도 전적으로 해외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1010억원에 이르던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은 지난해 314억으로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심지어 2016년에는 신규 예산이 전혀 책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박재근 한양대 석학교수는 “장비ㆍ소재ㆍ부품이 맞물려 성장해야 튼튼한 생태계가 형성되는데 우리는 그걸 못하고 있다”며 “해외 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장비를 중국 반도체 기업에 팔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준규 코트라 선전 무역관장 역시 “한국이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현재 수준이 낮은 저가 반도체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 안정성을 확보한 뒤부터는 고부가 상품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중국의 빠른 추격을 뿌리치려면 몇 년 정도 앞서는 게 아니라 ‘몇 세대’를 앞서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중국이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 중국에 공급해야 하는데, 자칫 추격당하면 중국이 기술 주도국이 되고 우리는 중국에 필요한 걸 개발해 주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앞서 삼성은 3년에 걸쳐 18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투자액 중 60~70%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가 압도하는 분야에서 ‘초(超)격차’를 굳히는 데 들어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중국의 총공격에 대응하고 글로벌 1위라는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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