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가 이에 반발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가 14일 발표한 공동입장문에서 이번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19세기 말 영국 자동차 산업 성장을 막은 적기 조례와 유사하다”며 “중기부의 정책 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10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정을 예고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는 “최근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과 관련된 비정상적 투기 과열 현상과 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의 불법행위가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 우리 산업 구조를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법이 통과되면 가상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반 벤처기업들은 정부와 민간의 벤처 육성 정책과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이들 협회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은 일반유흥주점업, 무도유흥주점업, 기타주점업, 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과 같은 유흥 또는 도박업종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신기술 산업은 위험성과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인터넷을 예로 들기도 했다. 협회는 “인터넷 시대 초기, 유해영상 유포 수단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산업은 성장을 거듭하여 이제는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성숙했다”며 “발바닥 종기가 아프다고 해서 다리를 자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업들은 지금 제2의 인터넷 시대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거래소와 수많은 IT 기반 벤처기업과 청년들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들을 창업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입법안이 실행된다면 IBM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 특허가 2번째로 많은 국내 기업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벤처기업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신산업에 뛰어들어 기술 분야에 도전한 기업의 벤처정신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 어떤 기술진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투자하겠나”라고 성토했다.


또 이들 협회는 이번 입법이 통과되면 블록체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막히고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해 관련 기업들이 사장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벼랑 끝에 내 몰릴 것이라며 정부의 재고를 간곡히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이번 결정은 대통령의 규제혁신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플랫폼 경제 육성 계획에도 반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신중한 검토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플랫폼 경제를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블록체인을 선정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0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육성법의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중기부와 또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유독 가상화폐와 관련해 정부가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거듭되면서 가상화폐 업계·투자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협회는 이번 입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법조계와 학계의 일부 인사들도 정부의 이번 입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반기술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당연히 정부 벤처산업 육성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블록체인은 인정하면서 유관 산업 육성에 필수인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4차산업혁명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도 “이번 규제는 주식투기가 과열되면 한국거래소가 잘못이라는 식의 발상”이라며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를 육성하지 않으면 해외 거래소에 의해 CPM(콘텐츠, 개인정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고 유출 상황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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