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 창구)는 14일 롯데월드 측이 인형 탈을 쓰고 공연을 하는 알바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응급사고가 났음에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정의당 비상구가 인사노무관리방안을 검토한 결과 롯데월드 측이 임금꺾기와 임금체불, 쪼개기 계약 외에도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통해 외모 규제를 해왔으며 쇼 운영팀 여성 노동자에게는 고객이 욕설 및 폭언 혹은 특정 신체 부위가 동영상 촬영되더라도 제지하지 않겠다는 사인을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염 사각지대’ 인형 탈 알바생…롯데월드 직원 관리 손 놨나



이날 정의당 비상구에 따르면 지난달 24~25일 두 차례 롯데월드 어드벤쳐 엔터테이먼트팀소속 공연 알바노동자(캐릭터 ‘캐스트’, 사용자는 ㈜호텔롯데(롯데월드) 대표이사) A씨(20대)가 퍼레이드 공연 도중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캐스트 알바노동자들은 타이즈에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인형 탈을 쓴 채, 장갑까지 끼고 쇼와 퍼레이드 공연을 했어야 했다고 알려진다.


이에 최근 폭염 속에서 캐스트 알바 노동자들은 두통, 어지러움, 가슴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회사 측이 제공한 아이스조끼는 실제 공연하는 인원수보다 적게 지급됐고, 그마저도 공연 의상 특성상 입기 어려워 실제 이를 착용한 사람은 2~3명에 불과 했던 것.


문제는 A씨가 열사병으로 쓰러지기 전에 B씨가 급하게 현장감독에게 ‘A씨가 속이 많이 메스꺼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전화 통화를 통해 알렸지만 의무실에 데려가라고 할 뿐 병원 이송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직원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의무실로 옮겨진 당시 A씨의 최고혈압 수치는 163을 넘어 의무실 간호사가 ‘열사병이 의심되니 당분간 공연을 하면 안 되고, 병원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했지만 A씨는 3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 있다가 조퇴했고, 다음날 스케줄 표 공연자 명단에는 이름이 그대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사측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A씨가 다음날인 25일에도 퍼레이드 공연 도중에 또다시 쓰려졌지만 이때 A씨는 의무실이 아닌 대기실 맨바닥에 옮겨졌다.


정의당 비상구는 “캐스트 알바노동자들은 119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현장감독이 탈진인 것 같다면서 누워 있으면 괜찮다고 했다”며 “A씨는 호흡을 제대로 못하고, 경련을 일으켰다. 구토 증세에 대답도 못하고, 점점 의식이 없어지는 상황에까지 가서야 119구급차를 부를 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회사는 알바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 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서 스케줄이 안 나오면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배역을 빼야 하는데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서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적정인력이 아닌 적은 인원으로 공연을 진행하다 보니 응급사고가 났는데도 회사 측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롯데월드, 공연자가 노예인가?’


이뿐 아니라 롯데월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갑질 행각도 드러났다.


임금 꺾기


정의당 비상구가 입수한 롯데월드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 자료를 검토한 결과 캐스트 알바노동자의 스케줄 표에 표기된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자필 출퇴근 기록과 실제 출퇴근 시간이 달랐다.


통상 공연 시작 15분 정도 전에 먼저 출근해 공연 준비를 해야 했으며 하루 공연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뒷정리 등을 해야 해서 원래 일하기로 했던 시간보다 15분~20분 정도 더 일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 비상구는 “본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업무준비나 정리를 위한 시간이면 노동시간에 포함된다”며 “따라서 누락된 노동시간만큼 체불임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쇼 운영팀의 여성노동자의 경우에도 분장 때문에 30분 일찍 출근했지만 15분전에서야 출근시간을 체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비상구는 “꾸미기 노동에 필요한 준비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 등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출퇴근 기록방식은 6개월 전 지문인식에서 스케줄표 시간을 확인하고 자필로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지문인식 방식으로 출퇴근을 기록했을 때에는 1분을 늦을 경우 5분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임금도 꺾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출근시간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 단체채팅방에 올려야 했고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출퇴근 기록이 제대로 기록이 됐는지 확인도 해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노동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다.


캐스트 알바노동자 근로계약서에는 ‘09시~18시(휴게시간 12시 30분~13시 30분)’ 되어 있지만 실제 출·퇴근시간은 전날 밤 20시나 21시 정도에 카카오톡을 통해 공지되는 스케줄 표를 봐야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캐스트 알바노동자들의 인원이 부족해 노동시간이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달리 바뀌기 때문에 마음 편히 개인 일정을 잡기도 어려웠다는 것.


쪼개기 계약


나아가 정의당 비상구는 롯데월드가 캐스트 알바노동자와의 근로계약기간을 3~4개월씩 쪼개가며 갱신을 남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계약기간에 대한 갱신을 계속하다 24개월이 되기 전인 23개월에 이르면 갱신을 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 비상구는 “기간제법 상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외모규제부터 과도한 감정노동



심지어 외모에 대한 규제 등이 담긴 ‘서약서’도 있었다.


서약서에는 ‘롯데 LOOK 준수사항’에는 ‘지정된 커스튬을 규정에 준하여 착용한다. 머리는 청결하고 단정하게 정돈한다. 앞머리는 눈을 가리지 않도록 하며, 반드시 귀가 나오도록 한다, 검은색 머리를 원칙으로 한다(염색은 갈색계열만 가능). 명찰은 본인 명찰을 지정된 위치에 패용한다. 구두는 지정된 색상과 형태의 구두를 착용한다. 스타킹, 양말은 지정된 색상으로 착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정의당 비상구는 “이를 위반한 경우, 채용계약을 해지(해고) 당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며 “쇼운영팀 여성 노동자의 경우 채용 시에는 ‘연기자’로 계약했지만 실제 입사 이후에는 ‘고객 가이드(안내)’ 역할까지 병행해야 했다. 업무 중에는 시계를 포함한 모든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없고, 항상 머리스타일은 승무원 쪽머리 형태로 앞머리가 있으면 안됐다. 구두와 스타킹도 지정된 것만 신어야 하고, 도난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큰 가방 사용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윤리경영실천서’에서 ‘본인은 서비스맨으로서 항상 손님의 의견이 옳다는 사고로 손님을 존중하는 앞장서겠습니다’라는 규정에 사인하게 했다는 점이다.


정의당 비상구는 “쇼운영 팀 여성 노동자들은 욕설 등 폭언을 듣거나 특정 신체 부위가 동영상 촬영되더라도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없었다”며 “포토 타임 때에는 어깨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 원하지 않은 신체접촉과 뽀뽀하려는 자세에도 무조건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존중 없이 고객에 대해서만 무한 친절과 과도한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롯데월드의 이중적인 행태”라며 “성희롱 피해 알바노동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롯데월드가 말하는 고객 감동이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 되는 업무 특성 때문에 부당한 고객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서 참기를 강제하는 것 보다는 감정노동과 수고로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롯데월드 측이 알바노동자에 대한 법 위반과 전근대적인 인사노무관리에 대한 문제점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알바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30분, 최대 90분이 넘는 상습적 노동시간 꺾기로 임금체불을 당하고, 쪼개기 계약과 꾸미기 노동을 강요당하는 등 심각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드러난 바 있다.


정의당 비상구는 “폭염에 노출된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예측 가능한 위험인 폭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5월부터 이번 달 6일까지 3438명 온열질환 발생(사망자 42명)이 발생했다.


더위체감지수 30도 이상 매우 위험시 또는 열 경련이나 열 탈진 같은 폭염 관련 증상이 발생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26조2항)이 규정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경우'로 봐야 한다.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는 “지난해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이어 유사한 방식으로 법 위반이 반복된 것은 롯데그룹의 후진적인 노동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사 측은 청년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롯데그룹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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