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한 것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인해서 한전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뉴젠’(NuGen) 컨소시엄은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 (Engie)의 합작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부도로 인해서 도시바가 경영난에 빠지자 엔지는 지분 40%를 도시바에 넘기고 사업에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서 뉴젠 지분을 모두 떠안게 된 도시바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총 책임지고 있는 영국 정부는 한전에 먼저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해 12월 도시바가 한전을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영국 언론들은 한전의 우선협상자 선정을 두고 “무어사이드 원전을 한국이 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문제가 된 것은 영국 원전 사업이 UAE 원전 수출 때와 달리 CFD방식(발전차액정산제도) 방식을 적용하면서 원전 건설비용을 한전이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원전을 건설하고 난 뒤 30~40년 동안 전기 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남겨야한다.


또한 영국의 경우 발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이 30%의 달하기 때문에 전기 도매 가격이 원전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원전사업자가 전기 판매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까다로운 영국 원전 건설은 사업비용이 얼마나 증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실례로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사업을 맡고 있는 프랑스 사업자 EDF도 건설비용이 당초 1조7000억원에서 28조4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CFD방식에 따라서 초과비용을 포함한 건설비용은 모두 사업자가 부담하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힝클리포인트 C원전 사업과 와일드?올드버리 원전 사업에서 CFD 사업 방식을 놓고 수년째 사업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와일드?올드버리 원전의 경우에는 사업자의 철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영국 정부가 급하게 총 사업비 조엔(약 29조3000억원) 중 2조엔(약 19조 5000억원)을 대출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전망은 불확실하다.


더 큰 문제는 CFD 방식을 두고 영국 내부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보장해주는 가격이 너무 높다면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그에 따른 정부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배경을 알고 있었던 한전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서 수익성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여국 정부는 사업비 부담을 담보나 대출 형태로 일부 분담하고 전력판매 수익도 배분하는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을 새롭게 제안했다.
비록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건설비용 조달 및 회수의 부담과 계약가격 협상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CFD 방식을 고수하는 것 보다, 기대수익률은 낮아도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든 RAB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한전 입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도시바가 갑작스럽게 한전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해지한 것도 원전 계약 조건을 두고 한전과 영국 정부의 협상이 지연되고,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조속히 뉴젠 지분을 매각하려는 도시바 사정에 따른 결정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시바는 여전히 한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협상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영국 정부 역시도 한전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준하여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이번 해외 원전 수출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역구 원전 사업의 리스크나 계약방식 변경 등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국내 원전산업이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이 모든 것들이 정부의 잘못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물론 원전 해외수출은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 손익조차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으로 ‘참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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