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 ‘단계적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정작 서민에게 ‘재산세 폭탄’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사실상 ‘보편적 증세’라며 논란이 불거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가 추진될 경우 공시가격 3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부터 기본 납부액이 19만5천원에서 57만원으로 무려 3배 가량 폭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 부과되는 세율도 0.25%에서 0.40%로 높아진다.


중요한 사실은 전국에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공동주택 비중이 무려 85%라는 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로 서민층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부담 확률이 가장 높은 2억~4억원 아파트도 19만7천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공시가격이 2억9천만원에 형성돼 있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소유주는 현재 54만원의 재산세를 내고 있으나 공시가격 현실화가 시행될 경우 110만원으로 재산세가 단숨에 올라간다.


이밖에도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장애인연금, 지역 건강보험료 등 무려 60여가지 항목에서 활용돼 사실상 ‘보편적 증세’라며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관행혁신위원회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낮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며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 상향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 관계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 필요성에 이견은 없다”고 언급해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논란에 시달리자 정부는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현실화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도달해야 할 수치와 시기에 대해선 미리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앞으로 몇 년간 시세가 제자리이거나 하락하더라도 공시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거센 조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도 “정부가 강남 등 특정 지역 부유층을 잡기 위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서민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고 복지 정책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우선 제도의 객관적 기준부터 잡은 뒤 현실화율 상승은 최대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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