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 개헌 드라마’ 공수 바뀐 민주-한국…주도권 경쟁 바미-평정모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이 문제다” 개헌 논의의 불발 책임을 자유한국당에게 돌렸던 바른미래당이 이번엔 민주당을 범인으로 찍었다.


당초 6·13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주장했던 정부여당이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헌절 발언을 기점으로 다시 점화된 개헌논의를 두고선 ‘민생입법의 블랙홀’이라며 추진을 반대하고, 당초 대통령 개헌안까지 냈던 청와대는 “관여 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


반면, ‘제왕적대통령제’를 계승하는 ‘4년 연임제’ 개헌에 반대하던 야권은 개헌 추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의 ‘연내 개헌’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은 이를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며 평화와정의의모임(평정모)는 ‘정치개혁특위’를 통한 개헌안 마련을 주장하는 등 개헌 추진에 적극적이다 못해 경쟁적인 양상까지 띠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한편의 스핀오프 드라마 같은 정치권의 태세변환 배경을 진단해 봤다.



권력분산 개헌 운 뗀 민주당 출신 문희상 의장


한국당 욕하던 바른미래 이번엔 민주당이 문제


문희상표 개헌이 제헌절과 일식처럼 포개졌다. ‘제헌절 경축식’은 여야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 대해 난항을 겪으면서도 “70주년 제헌절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데 만큼은 공감대를 형성했을 정도로 국회 및 헌법과 관련해 의미가 깊은 날이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은 ‘연내 개헌’을 선포하며 개헌 논의를 후반기 국회의 메인디시로 올렸다. 야당에서는 환호와 공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다만, 문 의장의 배출 정당이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동시투표를 주장했던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길은 주어진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민생입법만을 강조할 뿐 개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다가 문 의장이 1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혁명의 완성”이라며 지속적으로 개헌 의지를 피력하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동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개헌의 문제는 하나의 경제민생 입법들을 제껴버릴 수 있는 하나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회의 개헌논의 속도에 답답함을 나타내며 대통령 개헌안을 준비했던 청와대는 같은날 “지금 국회에서 하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국회가 주도적으로 할 일”이라며 “현재로서 청와대는 그에 대해 관여를 하거나 할 계획이 없다”고 발을 뺐다.



거대정당 불편한 ‘권력분산’·‘선거구제 개편’


일각에서는 문희상표 개헌의 방향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문 의장은 “정치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권력분산을 강조하고,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미 수많은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여야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의 입장차도 그리 크지 않다”고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당초 정부여당이 추진한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분권에 방점이 찍혀있었고 ‘4년 연임제’를 채택하는 등 권력분산은 도리어 역행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야권이 개헌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야당은 ‘총리선출제’와 ‘총리추천제’로 나뉘며 온도차를 보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제왕적대통령제’ 폐지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었다.


선거구제 개편도 6·13 지방선거를 대승으로 마무리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 선거구제 개편은 바른미래당, 평정모 등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이는 소수정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130석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점하고 있는 거대정당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득보단 실이 크다.


아울러 민주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정의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규모가 커지면 진보표심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국정치 특성상 선거철이 되면 보수 대 진보의 이념구도로 표심이 양분되는 만큼 향후 보수진영과의 대결에서 정권을 내주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평정모의 ‘개혁입법연대’를 거부하고 ‘거대양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한국당에게 법사위, 예결위, 국토위 등 알짜 상임위를 가져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안배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여권표심에 유리한 ‘개헌 대 반개헌’ 프레임


반대로, 정부여당이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6·13 지방선거 개헌 동시투표’를 주장했을 당시에는 개헌이 여권에 유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개헌 대 반 개헌세력으로 여야가 대치구도를 형성할 경우 선거 표심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야권이 “대통령이 일부러 (야권이) 받지 못할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결국 이번 개헌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도 정당간의 이해관계인 셈이다. 문 의장은 “유불리를 따지는 정략적 개헌은 있을 수도 없고 될 수도 없다”며 “당위성과 진정성으로 접근하면 언제라도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고,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당위성과 진정성으로 접근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도출할 수 있다는 개헌 합의안은 87년 체제 헌법이 31년째를 맞는 동안 수차례 무산됐다. ‘개헌이 있을 수도 없고 될 수도 없는’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문 의장의 말에 따르면 ‘정략적 개헌’이 문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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