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 가드’가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사업성적은 외려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풀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 15%나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월풀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환영했으나, 이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자국 산업의 피해를 키우는 셈이 된 것이다.


지난해 월풀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정용 대형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를 청원했다.


이로 인해서 미국 정부는 연간 120만대 한국산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서 첫해 20%, 2년 18%, 3년째 16% 관세를 더 매기고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에 대해서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의심할 여지 없이 월풀에 호재”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조치 이후 월풀의 성적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94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400만달러나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세탁기 가격 상승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가격도 상승했으나 월풀이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승률이 10%였던 것에 반해서 월풀의 세탁기 가격인 30%나 올랐다.


결국 세이프가드 조치가 월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반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생활가전시장에서 점유율 19.6%로 8분기째 1위를 차했으며, LG전자는 점유율 16.5%로 2위를 차지했다.


월풀은 시장 점유율 14.1%로 4위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매체인 컨슈머리포트(CR)이 선정한 ‘최고의 대용량 세탁기 15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절반 이상인 8개를 차지했지만, 월풀은 1개에 그쳤다.


예상과 다르게 미국 시장에서 월풀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는 것에 반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세탁기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응하기 위해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이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뉴베리 가전 공장을 지난해 12월 조기 가동했으며, LG전자 역시 올 4분기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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