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지급된 즉시연금 규모는 총 8000억원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1조원으로 불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상’이 걸린 생보사들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결정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금감원의 압박은 법보다 세다며 즉시연금 일괄 지급에 대한 부담과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한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연금이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낸 후 매달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는 보험상품이다. 즉시연금에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나눠 받는 ‘종신형’과 매달 이자를 받다 만기 때 원금을 받는 ‘만기환급형’이 있다. 이중 문제가 된 상품은 ‘만기환급형’이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가입자가 맡긴 금액의 일부를 사업비 등으로 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해왔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가입자는 “이런 공제금액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처음 맡긴 금액에 따른 연금을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실제로 해당 상품 약관에는 공제금액 관련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금감원은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생명에게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원 가량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지난 3월 윤석헌 금감원장까지 나서 즉시연금 일괄지급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모든 생보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즉시연금을 미지급한 생보사들이 총 20개에 달하며 관련 가입자와 규모가 총 16만명, 8000억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편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생명은 일괄 지급과 관련해서는 “이번 분조위 민원 사례 건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의 결정에 오는 10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로는 분쟁조정에 휘말린 사례는 없었으나 약 1만5천명에게 즉시연금을 미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생보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금액도 문제지만 개별 민원 건에 대한 분조위 결정을 일반화해서 소급하라는 데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건 외에도 나중에 유사한 건이 생기면 계속 일괄적용하라고 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 금감원이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했던 사례를 들며 “금감원의 압박은 사실상 법보다 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다른 관계자 역시 “실제 금감원에서 보험상품이나 약관을 검사하는 직원들에 비해 분조위원들은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소비자 쪽에 편향된 측면이 있다”며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감원의 피감 대상인 보험사 입장에서는 결국 보험금을 주라면 줄 수밖에 없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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