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7530)보다 10.9% 상승한 835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사과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은 물론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4일 오전 4시 30분께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209시간 만근할 경우 174만 515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680원과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8350원을 두고 표결해 부쳤고, 8680원 안은 6표, 8350원 안은 8표를 얻어 공익 위원들이 제시한 안으로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 상황,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편으로 최저임금위는 작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졌다”며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정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 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긍정적인 효괄르 가져올 수 있도록 노사정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협조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최저임금 정치임금화 문제…결정구조와 주체 등 근본적 개선 방안 강구해야”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재심의와 더불어 근본적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단체 등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고 업종별로 현실을 반영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야 말았다”며 “문제는 최저임금이 경제상황과 지급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임금화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요인에 ‘협상 배려분’,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보전분’ 등 황당한 이유가 있었는데, 이 사실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실제 지급주체인 영세 기업의 지급능력과 최근 경제 상황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 성격으로 75원 인상 및 마지막까지 표결에 참여한 노동계에 대한 협상 배려분(90원)이 포함되는 등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지적이다.


신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1만원 정치공약을 사과하고 최저임금 결정을 재고하기보다 또다시 지원책을 운운하며 세금으로 땜질처방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며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던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데,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는 귀를 막은 지 오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있어서 결정구조와 주체, 시기, 범위 등 모든 것에 있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경제현실은 감안하지 않은 정치임금은 국민에게 혼란과 피해를 줄 수밖에 없고, 더 이상 현장에서 각종 부작용과 실업을 국민에게 감내하라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문 대통령에게 호소…경제정책 전면 전환해야”


바른미래당도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등의 땜질식 대책을 비판하며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소득 최하위층은 오히려 소득이 감소해 소득 분배가 도리어 악화되는 등 시장의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는 역설이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또다시 현실을 무시한 두 자릿수 인상이 이어진다면, 고용 현장의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래놓고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최대 6조원의 국민혈세를 퍼부으면서 땜질식 후속대책에만 골몰하는 것을 보면 경제와 민생, 일자리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역대 최악의 무능정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기업주는 지불능력이 없어서 범법자로 만들고, 최저임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역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작금의 경제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다”며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지난 1년 동안의 숱한 부작용과 시장의 혼란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평화당 “일방통행식 정책결정…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


정부여당의 다소 우호적인 민주평화당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당부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했고 저소득층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소상공인들의 주장을 단순한 이기주의로 볼 수 없다”며 “올해 상반기 폐업신고를 위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폐업 확대로 일자리 축소와 민생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원내대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결정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준비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는 소상공인과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 카드 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업계 불공정 관행 개선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단순히 재정으로 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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