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서울권 최초로 목동에 새롭게 전환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매장 입구의 모습.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로 앞서 지난달 문을 연 대구점과 서부산점의 오픈 후 지난 8일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2% 상승하며 새로운 형태의 대형마트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홈플러스의 새 역점 사업 ‘홈플러스 스페셜(Homeplus Special)’이 대구와 부산을 거쳐 ‘서울 1호점’을 열었다. 홈플러스 창립 초기 당시 첫 서울 입성(2001년 14호점 영등포점)에는 4년이 걸렸지만 ‘홈플러스 스페셜’은 대구점 오픈 이후 2주 만에 서울권 점포를 여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는 서울 목동에 위치한 목동점을 리모델링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을 12일 재오픈한다고 11일 밝혔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가구 뿐만 아니라 박스 단위의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홈플러스의 신개념 대형마트 모델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새로운 모델의 대형마트가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서 시작한 목동점,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재탄생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치열했던 ‘한국 대형마트 시장의 산 역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곳은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가 처음 문을 열고(2001년, 연면적 4만7172㎡, 약 1만4270여평), 2006년 이랜드에 인수돼 홈에버로 이름을 바꾼 이후 2008년에는 테스코 시대의 홈플러스가 됐고, 2015년에는 독자적 로컬기업으로서 그 전략적 선택을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지난 20여년간 글로벌과 한국 유통의 DNA를 모두 갖춘 만큼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점포’로 다시 태어나기에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상권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홈플러스 측은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유통 포맷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 핵심상권의 유통격전지에서 홈플러스의 신규 포맷이 고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작용했다.


우선 상품의 자신감이 높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목동점에 처음으로 스페셜 신선식품 250여종을 시범 운영했는데, 이를 통해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상승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1.6km, 롯데마트의 ‘빅마켓 영등포점’과는 약 2.7km 떨어져있지만 이 같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통포맷은 현재의 대형마트의 모습도, 또한 사업자 입장에서 일방적 전개를 하는 창고형 할인점도 아니다. 기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는 도매가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다.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1~2인 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신선하게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신선식품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품의 속성상 다양한 구색을 필요로 하는 카테고리에 있어 고객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구색 부족, 과용량의 불만을 해소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서울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대형마트인 만큼 인근 서울 영등포와 강서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부천시, 광명시 등 인근 광역 상권 고객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카트끼리 엉킬 일 없어요” 매대 간격 늘리고, 대용량·차별화 상품 확대


건물 외벽에 새 BI를 입힌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지하 2층 매장 입구는 기존의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존 대형마트에서 보기 쉽지 않았던 ‘2kg 자두’ 등 대용량 신선상품이 쌓여있는 신선코너를 지나니 탁 트인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과 하얀색이 정돈된 상품 카테고리 안내판 사이로 탁 트인 동선은 기존의 대형마트가 아닌 마치 창고형 할인점 입구에 들어선 듯한 모습이다.


매대 사이 간격은 창고형 할인점만큼이나 넓지만, 각 매대별 높이는 기존의 대형마트 수준으로 평범한 키의 주부들도 꼭대기에 진열된 상품을 직접 집어들 수 있을만했다.


매대 사이 좌우 공간이 넓어진데다, 물건을 높이 쌓지 않아 매대 윗 공간까지 넓게 트여있으니 기존 대형마트보다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탁 트인 공간이 쾌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의 매대간 간격은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엇갈려도 부딪치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확보했다.


매대 앞에서 카트를 세우고 오랫동안 고민해도 다른 쇼핑객의 카트와 부딪칠 염려가 없어 보다 편안한 쇼핑이 가능해졌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넓어진 동선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쇼핑 동선이 넓어진 만큼 매대 면적을 과감히 줄였다. 이에 따라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 종으로 줄였다.


홈플러스가 자신있게 내놓는 대표상품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링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다보니 상품 종류가 줄었지만 오히려 필요한 상품을 고르기 수월해져 고객들의 쇼핑 편의는 더 높아졌다.


각 매대에는 이미 알려진대로 상단에는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소용량 낱개포장 상품들이 진열돼있었고,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이나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들이 진열돼있었다. 이 중 오직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차별화 상품 수는 2400여 종에 달한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허리를 숙이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며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이 많아 고객들이 굳이 멀리있는 창고형 할인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직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해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이 갖고 있는 가성비 대용량 상품을 갖추면서도 1~2인 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상품 구색을 함께 진열했다.


쇼핑 중인 고객들이 매대 상단과 하단을 비교하며 필요한 상품을 고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진열 횟수 10분의 1로…직원 업무부담 덜어주니 만족도↑


매장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주류코너에서는 330여종의 세계맥주와 170여종의 와인이 고급스럽게 진열돼있다. 모두 홈플러스가 소싱에 강점을 갖고 있는 상품들인 만큼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독 판매 상품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류매대 옆에는 생수와 대용량 휴지 등이 팔렛트 위에 진열돼있었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생수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대용량 휴지처럼 부피가 큰 상품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팔렛트 내 상품을 모두 구입해 소진될 때까지 추가 진열을 자제한다.


유럽의 초저가 슈퍼마켓 체인 ‘알디’와 ‘리들’의 운영방식에서 벤치마킹해 직원의 업무강도를 줄인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왔는데,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RRP·Ready to Retail Package)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4만~5만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와 델리, 수산, 축산 매대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매장에서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수·축산물을 가공·포장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새 단장했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오픈 당시 베이커리의 대표상품 중 하나였던 ‘머핀(6입)’과 ‘디너롤’(모닝빵)이 불과 오후 4시에 당일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축산과 수산은 기존 대면판매 방식을 사전포장(Pre-Package) 방식으로 바꾼다. 이에 따라 오전 중에 당일 판매분량만큼 미리 가공 및 포장을 완료해놓는다. 직원들이 수시로 생선을 잘라주거나 삼겹살을 포장해주는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패션코너에서는 옷걸이 상단에 걸려있는 사이즈 표시를 모두 떼어놨다. 직원들이 사이즈별로 분류해서 각 사이즈마다 일정 물량만큼의 수량을 유지하며 진열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창고에 별도의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각 사이즈별로 모든 재고가 매장 내에 비치돼있기 때문에 특정 인기 사이즈가 일찍 동이 나 직원에게 창고 상품을 꺼내달라고 요구할 일이 없어졌다.


김 전무는 “지난달 말에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의 경우 보다 심플해진 운영방식으로 인해 직원 만족도가 좋았다”며 “보다 넓어진 동선과 효율성이 강조된 진열방식이 직원들의 피로도를 덜고, 나아가서는 ‘워라밸’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증명한 한국형 하이브리드 마트…대구점·서부산점 오픈 2주만에 객단가↑


이 처럼 홈플러스가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대형마트 모델은 실적으로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실제 지난달 27일과 28일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 후 지난 8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3.2% 상승했다.


단순히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같은 기간 동안 대구점과 서부산점을 찾은 고객들이 한번에 쇼핑한 금액(객단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45% 높아졌다. 더 많은 고객이 더 오래 머무르며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13일 동대전점을 비롯,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주요 광역도시와 전국 주요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들을 빠르게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해 다음달 말까지 10개 점포, 올해 안에는 2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스페셜은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다는 목표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변화하는 대내·외 유통 환경 속에, 고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가치와 우수함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와 집념을 홈플러스 스페셜에 담았다”며 “전국 곳곳 고객들께 찾아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성공경험을 고객과 협력사, 2만5000명의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가 선보일 예정인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Mall) ‘코너스’(CORNERS) 역시 오는 12월 첫 점포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변화의 시동을 걸 계획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